문화재위원회, 총 4건 금석문 탁본 허가…고대사·서예사 연구에 도움
먹과 두드림으로 기록하는 역사…국보 정림사지 석탑 탁본 뜬다
백제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국보 정림사지 석탑에 새겨진 글이 탁본된다.

3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 산하 건축문화재분과는 최근 회의에서 국보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 등 총 4건의 금석문(金石文) 탁본을 허가했다.

금석문은 쇠로 만든 종이나 돌로 만든 비석 등에 새겨진 글자를 뜻한다.

탁본은 금석문을 연구하며 함께 발전해 온 독특한 기술로, 비석 표면에 종이를 댄 뒤 그 위에 먹 방망이를 가볍게 두들겨 문자나 문양을 뜨는 것이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를 탁본 또는 영인(影印·원본을 사진 등의 방법으로 복제하는 것)할 때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먹과 두드림으로 기록하는 역사…국보 정림사지 석탑 탁본 뜬다
올해 탁본할 대상은 국보인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과 '천안 봉선홍경사 갈기비', 보물인 '서산 보원사지 법인국사탑비'와 '부여 보광사지 대보광선사비' 총 4건이다.

사비 도읍기(538∼660) 시절인 7세기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정림사지 석탑에는 신라와 연합해 백제를 멸망시킨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백제를 정벌한 기념탑'이라고 남긴 글귀가 있다.

탁본 사업을 맡은 불교중앙박물관 측은 "당나라의 문장가 하수량이 비문을 짓고 권회소가 글씨를 쓴 것으로, 한국 고대사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고 명문의 가치를 강조했다.

이들은 "기존의 탁본은 풍화된 글씨 부분의 먹 두드림이 균일하지 않아 판독되지 않은 문장이 많다"며 "글씨 보존을 위해 양질의 탁본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먹과 두드림으로 기록하는 역사…국보 정림사지 석탑 탁본 뜬다
고려 현종(재위 1009∼1031) 때 홍경사 창건을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고 알려진 '천안 봉선홍경사 갈기비'는 당대 최고의 유학자였던 최충(984∼1068)의 문장을 담고 있다.

최충은 문하시중, 도병마사 등 주요 직책을 지낸 문신으로, '해동공자'로 칭송받은 인물이다.

일반적인 석비보다 규모가 작은 갈비(碣碑)에 새긴 글씨는 서예가 백현례(생몰연대 미상)의 것이다.

고려 전기 문장과 서예 연구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학술 가치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명국사 충감(1275∼1339)의 행적과 보광사 중창 과정을 기록한 '부여 보광사지 대보광선사비'는 절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지만, 기존 탁본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글자가 많아 새로 탁본하게 됐다.

불교중앙박물관은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2014년 경북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국가지정문화재 총 61건을 탁본했다.

먹과 두드림으로 기록하는 역사…국보 정림사지 석탑 탁본 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