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케이지수가 신기록을 경신한 지난달 22일 도쿄 시내의 증시 전광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 닛케이지수가 신기록을 경신한 지난달 22일 도쿄 시내의 증시 전광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 증시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나라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지수(닛케이225 평균주가)는 지난달 22일 39,098로 장을 마감하면서 사상 처음 39,000선을 넘어섰다. ‘거품 경제’ 시절인 1989년 12월 29일 세운 기존 최고 기록(38,915)을 34년 만에 갈아치웠다.

지난해 33,464로 마감한 닛케이지수는 새해 들어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엔저 현상에 힘입어 일본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잘 나왔고, 중국에서 빠져나온 외국인 자금이 일본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왔다. 정부 차원에서 상장사들에게 ‘주주 친화적 경영’을 유도한 점도 주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뉴욕에 ‘M7’ 있다면 도쿄엔 ‘사무라이7’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재미난 분석을 내놨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7인의 사무라이>를 본떠 일본 증시를 주도하는 일곱 종목, 이른바 ‘사무라이7’을 선정했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스크린홀딩스, 어드반테스트, 디스코, 도쿄일렉트론과 자동차업체인 토요타자동차와 스바루, 종합상사인 미쓰비시상사가 주인공이다. 골드만삭스는 유동성이 높으면서 최근 12개월 동안 주가 흐름이 양호하고, 2020년 이후 적자를 낸 적이 없는 곳들을 기준으로 삼았다.

앞서 미국 증시를 이끄는 7대 기술주가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7, M7)’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왔는데, 비슷한 신조어가 등장했다는 것은 일본이 그만큼 글로벌 금융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M7은 1960년대 미국 서부영화 <황야의 7인>에서 유래한 것이다. 애플을 필두로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알파벳,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가 포함됐다.

골드만삭스는 “2020년 3월 이후 주가 변동 요인을 분석해보면 미국의 M7은 매출 확대에 기인한 반면 일본 사무라이7은 이익률과 주가수익비율(PER) 확대에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사무라이7 주가가 더 오르려면 M7처럼 매출 규모의 확대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34년 만의 신기록…이 기간 ‘텐배거’ 142개

닛케이지수가 전고점과 신고점을 찍은 34년 사이에 ‘텐배거(ten bagger)’ 종목은 142개로 집계됐다. 텐배거는 주가가 10배 이상 오른 ‘대박 종목’을 가리키는 용어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외식업체 젠쇼홀딩스는 1997년 주식을 상장한 이후 주가가 236배 상승했다. 덮밥 체인 ‘스키야’ 등을 운영하는 이 업체는 유럽과 미국의 초밥 기업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일본 외식업계 최초로 시가총액 1조 엔을 돌파했다. 반도체 관련 회로 원판 검사 장치를 생산하는 레이져테크의 주가는 171배 뛰었다. 정보기술(IT) 기업 라인야후와 유니클로의 모회사 패스트리테일링 주가도 각각 100배 넘게 올랐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본 주식에는 오랫동안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이 기간에도 주가를 10배 이상 높인 기업들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