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랜드마크'라던 솔올미술관, 김 빠진 루치오 폰타나 개관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강릉에 새로 문 연 솔올미술관
'루치오 폰타나:공간·기다림'전
새로운 설치미술작으로 개관전
"원작은 적어 아쉽다" 목소리도
리처드 마이어 내건 건물이지만
주변 환경과의 조화 아쉬워
미술관 운영 관심 없는 강릉시에
'개점 휴업'될까 미래도 불투명
'루치오 폰타나:공간·기다림'전
새로운 설치미술작으로 개관전
"원작은 적어 아쉽다" 목소리도
리처드 마이어 내건 건물이지만
주변 환경과의 조화 아쉬워
미술관 운영 관심 없는 강릉시에
'개점 휴업'될까 미래도 불투명
![강원 강릉시 솔올미술관 전경.](https://img.hankyung.com/photo/202402/01.35930622.1.jpg)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여겨지는 프리츠커상 수상자 리처드 마이어의 이름을 내건 건물에, 개관전의 주인공으로 '공간 개념의 창시자' 루치오 폰타나를 한국 최초로 모시며 미술계와 대중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지난 19일, ‘강릉 랜드마크 미술관’의 뚜껑이 열렸다.
저 멀리서도 태양빛을 반사시키며 위용을 뽐내는 건물은 '백색 건축의 거장' 리처드 마이어의 철학을 그대로 담았다. 은퇴한 마이어가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건축 철학을 이어받은 기업 마이어파트너스가 솔올미술관 설계부터 책임졌다. 마이어파트너스는 미국 게티센터 등 세계 랜드마크를 건설한 건축사무소로 잘 알려져 있다.
![강원 강릉시 솔올미술관 전경.](https://img.hankyung.com/photo/202402/01.35930621.1.jpg)
연 대표의 말대로 건축물은 ‘마이어 이름값’에 비해선 단조로웠다. 그래서인지 미술관 주위를 둘러싼 조경과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는 느낌을 선사했다. 하얀색으로 노출된 콘크리트와 미술관 전면을 그대로 내놓은 투명 유리는 외부의 빛을 그대로 받아들여 내부에 있는 관람객들이 햇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루치오 폰타나, 한국 첫 상륙하다
![솔올미술관 '루치오 폰타나: 공간, 기다림' 전시 전경.](https://img.hankyung.com/photo/202402/01.35930618.1.jpg)
폰타나는 캔버스 뒤에 '다른 3차원의 공간'이 있다고 주장해 온 작가다. 이후 그의 주장은 발전해 '공간주의'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는 단순히 캔버스 위에 물감을 쌓아 그림을 그리는 대신, 칼로 캔버스를 베어내거나 뚫는 등의 작업을 통해 2차원 평면의 뒷세계를 열어 '3차원의 세계'로 확장했다. 이번 전시에도 그의 '뚫기'와 '베기' 시리즈 등 '루치오 폰타나'라고 하면 떠오를 만한 2차원과 3차원을 넘나드는 작품들이 나왔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2층에 놓인 폰타나의 설치 작품들이다. 모두 그가 기존에 선보였던 작품들을 그대로 본떠 다시 만든 재건 작품들이다. 폰타나의 대형 설치 작품은 전시가 끝나면 손상되는 경우가 많아 캔버스 작품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해 재건을 시작해 아시아 최초로 소개됐다.
![루치오 폰타나, '붉은 빛의 공간 환경' (Ambiente spaziale a luce rossa)](https://img.hankyung.com/photo/202402/01.35930608.1.jpg)
![루치오 폰타나, '제9회 밀라노 트리엔날레를 위한 네온 구조'.](https://img.hankyung.com/photo/202402/01.35930610.1.jpg)
이름값에 비해 '글쎄...", 불투명한 미래도 숙제
![루치오 폰타나, '네온이 있는 공간 환경' (Ambiente spaziale con neon)](https://img.hankyung.com/photo/202402/01.35930609.1.jpg)
주변 환경도 미흡하다. 미술관을 나오면 사방은 전부 '공사장'이다. 기자간담회 당일에도 포크레인이 미술관 출입로를 오가며 통행을 방해했다. 바로 앞에는 철근과 콘크리트가 그대로 보이는 아파트 공사장이 늘어섰다. 리처드 마이어의 이름을 내걸었지만, 조경이 아닌 '진짜 주변 환경'과의 부조화는 아쉽다.
![강원 강릉시 솔올미술관 전경.](https://img.hankyung.com/photo/202402/01.35930620.1.jpg)
하지만 시는 미술관의 운영 방향에 대한 계획을 전혀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비용을 제외하면 미술관 운영에 대한 예산도 책정하지 않았다. 미술관의 전시 계획 중 현재 전시와 이어질 전시인 아그네스 마틴의 개인전 외에는 예정된 것이 없다. 19일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도 강릉시 관계자는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아 의문을 샀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석모 솔올미술관 초대 관장은 "강릉시의 추후 운영 방안에 대해 공유받은 바가 전혀 없다"며 "어떻게 운영할 예정인지 알기라도 하고 싶은 답답한 마음 뿐이다"라고 도 했다. 오는 8월 김 관장이 물러난 이후 미술관을 맡을 관장이 누구인지도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 무관심 속에 '리처드 마이어'의 이름을 내건 건물이 계속 미술관으로 쓰여질 수 있을지에 의문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전시는 4월 14일까지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