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추리소설로 철학하기·미래 법정
▲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 백휴 지음.
정신분석학으로 사상계를 뒤흔든 자크 라캉은 기표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에드거 앨런 포의 추리소설 '도난당한 편지'를 텍스트로 삼았다.

'장미의 이름'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소설가이자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는 이탈리아 문학이 가장 철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본성을 갖는 추리소설의 플롯을 외면함으로써 형편없이 망가졌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세계적인 문학 이론가이자 페미니즘 사상가인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21세기는 추리소설의 시대'라는 인식을 에코와 공유하고 '비잔틴 살인사건'이라는 철학적 추리소설을 쓰기도 했다.

'추리소설로 철학하기'는 에드거 앨런 포에서 시작된 추리소설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떤 방식으로 대중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작가의 사유를 텍스트에 숨겨왔는지를 파헤친 책이다.

철학자이면서 추리소설가와 추리소설 평론가로 활동 중인 저자는 추리소설의 역사적·철학적 기원을 진중하게 탐색하면서 추리소설과 철학을 잇는 사유를 펼쳐낸다.

에드거 앨런 포 작품 속 탐정인 뒤팽의 자기의식 문제, 레이먼드 챈들러의 미국식 실존주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관통하는 마루야마 마사오의 일본 정치사상 등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추리소설가들과 작품을 철학적으로 분석했다.

'정유정과 조르조 아감벤', '황세연과 슬라보이 지제크' 등 한국 동시대 추리작가들과 서양 철학자들을 아우르는 분석도 담았다.

'추리소설을 이렇게도 읽을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나비클럽. 456쪽.
[신간] 추리소설로 철학하기·미래 법정
▲ 미래 법정 = 곽재식 지음.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내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차의 소유주일까, 차를 만든 제조사일까, 그것도 아니면 주행 프로그램을 만든 인공지능(AI) 회사일까.

인간의 몸은 어디까지 개조해도 될까.

생명 연장이 아닌 개인 만족을 목적으로 하는 신체 개조는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이런 문제들은 AI와 로봇, 생명공학의 급속한 발달로 인해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다.

'미래 법정'은 미래 사회에서 기술 발전과 함께 등장할 수 있는 50가지 문제를 꼽아 해법의 실마리를 모색한 책이다.

저자는 SF 작가이자 공학박사인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교수다.

먼저 문제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주제별로 짤막한 상황극을 배치하고, 유사한 문제를 다뤘던 다른 SF 영화나 소설을 소개해 문제를 다시 한번 설명한 뒤 문제가 현실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 또 어떤 전망이 제시됐는지를 정리했다.

정답은 없다.

독자들은 두 주인공의 대화와 상황을 따라가면서 미래에 인류가 맞닥뜨릴 실존적·윤리적·법적인 쟁점들을 저자와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다.

부제는 '미래에서 온 50가지 질문'.
교보문고. 46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