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발표 임박…국민연금 참여 가능성은 [이슈N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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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확정 예정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 자금 유입 규모 관건
"정부 정책 곧이곧대로 따라가서는 안 돼"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 자금 유입 규모 관건
"정부 정책 곧이곧대로 따라가서는 안 돼"
<앵커>
정부가 이번달 안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최종 확정할 예정입니다.
이미 주요 내용은 공개된 상태인데요. 상장사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가 중요해졌습니다.
해당 내용 증권부 김대연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일단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 내용부터 간단하게 살펴볼까요?
<기자>
네, 밸류업 프로그램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정책입니다. 일본의 증시 부양책을 벤치마크 대상으로 삼았는데요. 현재 유가증권시장 뿐만 아니라 코스닥 상장사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뼈대는 지난달 말 금융당국과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의 간담회에서 공개됐습니다. 상장사들에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치 등을 비교 공시하고, 스스로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계획을 공표하도록 권고할 전망인데요. 기업가치를 개선한 우수한 기업들로 구성된 지수나 상장지수펀드(ETF)도 개발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상장사들의 참여도가 중요한데요. 새로운 지수와 ETF 상품에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자금이 얼마나 유입될지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기관투자자의 수급 여부가 핵심이 되는 상황이죠. 여기에 자본시장 큰손인 국민연금이 빠질 수 없겠죠. 김 기자, 국민연금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 관계자들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는데요. 국민연금은 정부나 거래소와는 별개로 움직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국민연금 기금 운용원칙 중엔 '운용독립성'이 있는데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높이는 게 최우선의 목표인 만큼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중요하다는 설명입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정부와 거래소가 인덱스 개발 등 기업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항목을 마련할 수는 있겠지만, 국민연금처럼 독립적으로 투자 여부를 판단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기금을 운용해야 하는 기관에 새로운 지수를 활용하라는 둥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는 국민연금이 현실적으로 정부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연금 가입자의 이익을 위해 신의성실 의무를 다하는 것이지 정부 산하기관이라는 이유로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마냥 따르라고 하면 국민연금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 국민연금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바로 '수탁자책임활동'입니다. 국민연금은 주주로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투자대상 기업에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를 도입한 이후 의결권 행사 안건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앵커>
아직 정부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기 전인 만큼 국민연금은 신중한 입장인데요. 최근 기관들이 저PBR주를 많이 사들이고 있는데, 국민연금도 밸류업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습니까?
<기자>
물론 국민연금 관계자들도 당국이 새로운 지수를 개발하면, 기업의 펀더멘털을 파악할 때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데요. 국민연금은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주식 약 141조 원을 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관들이 저PBR주를 중심으로 순매수하는 모습을 밸류업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기관의 수급 주체가 연기금뿐만 아니라 은행, 보험, 증권사, 투자신탁 등 다양하기 때문인데요.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한 지난달 17일부터 전날까지 기관의 순매수 상위 종목을 살펴본 결과, 현대차·LG화학·신한지주 등 저PBR주를 매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투자 주체를 연기금으로 한정해봐도 1~3위에 이름을 올린 종목이 같았는데요. 코스피 상승에 따른 기계적인 변화라는 분석이 우세했고요.
이처럼 저PBR주에 단기적인 매수세가 쏠리고 있지만, 장기 투자를 지향하는 연기금의 방향성과는 다르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앞으로 금융당국은 국민연금 등 큰손의 지수, 상품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방침입니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일본의 'JPX프라임150' 지수가 기관투자자들의 벤치마크 활용에 힙입어 기업가치 제고 효과를 봤다고 평가하는데요. 우리 밸류업 프로그램도 정부와 기관의 동상이몽으로 그치지 않도록 인센티브 등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김대연기자 bigkit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