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투자자 예탁금 급감…금리 하락 앞두고 MMF에는 자금 유입

갑진년 새해 첫 달 국내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보다 미국 증시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자했다.

1월 한달 동안 국내 증시 열기를 가늠하는 투자자 예탁금이 약 9조원 감소한 반면, 연일 지수 최고치를 경신하는 미국·일본 증시와 대기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 등에는 투자자들의 '뭉칫돈'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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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탁금 줄고 MMF 자금 유입…기관 코스피 매도세 두드러져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투자자예탁금은 50조7천434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초 59조4천949억원에서 약 9조원이 빠져나갔다.

1월 코스피가 주요 20개국(G20) 대표 지수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국내 주식시장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자 투자자들의 증시 대기 자금도 크게 빠져나간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대기성 자금으로 볼 수 있는 머니마켓펀드(MMF)에는 1월 한 달 사이 24조8천716억원이 유입됐다.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변화 시점을 가늠해볼 수 있는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시장 방향성을 예단하는 대신 돈을 잠시 맡겨두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간접투자 상품인 국내 주식형펀드와 채권형펀드에는 모두 자금이 유입됐다.

주식형펀드의 경우 낮은 가격을 노린 매수세가 유입된 데다 이달 발표될 한국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국내에서 운용 중인 설정액 10억원 이상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1개월간 1조6천809억원이 늘어났으며, 국내 채권형펀드도 1조5천485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은 상장지수상품(ETP)을 제외하고 각각 2조8천611억원, 3조4천828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으나 금융투자와 연기금 등 기관은 6조2천496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이 홀로 1조6천165억원을 순매수했으며,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천312억원, 기관은 6천391억원을 순매도했다.

연초 17조5천371억원이었던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달 중순께 18조3천814억원으로 늘어나기도 했으나 월말에는 17조8천9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 한국보다 미국 '사자'…일본 증시 순매수 15배↑
[머니플로우]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韓보다 美 주식 선호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은 한국보다 미국 주식을 더욱 선호했다.

1월 한 달간 약 73억달러(9조5천억여원)를 순매수 결제하며 미국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 등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데 일조했다.

같은 기간 일본 증시에서는 10억2천달러(1조3천억여원)를 순매수 결제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투자자들의 지난달 일본 주식 순매수 결제액은 전달보다 15배나 뛰었다.

국내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 결제한 해외 증시 종목 상위 10개 중 9개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것들이었다.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사랑을 받는 테슬라의 순매수 결제액이 35억5천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2위는 마이크로소프트(27억9천만달러)였다.

3위는 테슬라 주가를 정방향으로 2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T-REX 2X LONG TESLA DAILY TARGET' ETF가 차지했다.

6위는 유일하게 일본 종목으로, 미 국채에 엔화로 투자하는 '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가 이름을 올렸다.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면서 달러 환율 변동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 환노출 ETF로, 엔화 강세와 미 금리 하락에 동시에 베팅한 셈이다.

펀드에서도 북미 지역 펀드 설정액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지역·국가별로 보면 북미 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4천653억원이 늘었고, 중국(2천168억원), 인도(1천123억원), 일본(932억원) 등 순이었다.

글로벌(-1천76억원)과 베트남(-366억원)에서는 설정액이 감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