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다이소에서 과자를 구매하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김영리 기자
서울 시내 다이소에서 과자를 구매하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김영리 기자
"과자는 무조건 다이소에서 사요. 같은 과자를 골라도 편의점, 마트보다 훨씬 저렴해요."

서울 시내 한 다이소에서 만난 50대 주부 김모씨 손에는 종류별로 다양하게 담은 과자가 든 장바구니가 들려있었다. 다이소는 다른 유통 채널에 비해 과자가 싸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김씨 같은 소비자 행렬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팬데믹 이후 경기가 둔화하면서 불황형 소비가 늘어나는 가운데, 김씨처럼 과자류조차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짠테크'(짜다+재테크)족이 늘고 있는 탓으로 풀이된다.

가격이 낮고 구매하는 데 고민이 크게 필요하지 않아 대표적인 '저관여' 제품군에 속하는 과자류지만, 최근에는 과자 가격에도 소비자들이 민감한 모양새다.

명동 한복판 다이소 판매량 1등은 과자

다이소 과자 코너에서 판매하고 있는 봉지형 과자들. /사진=김영리 기자
다이소 과자 코너에서 판매하고 있는 봉지형 과자들. /사진=김영리 기자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2023년 다이소의 과자류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같은 제품이면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 유통 소매점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500원 이상 저렴하게 판매되는 품목이 많아 알뜰한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면서다.

실제 전날 오후 기자가 서울시 중구 명동 한 다이소 매장의 과자 코너를 방문해본 결과,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 고객들이 장바구니에 과자를 담는 데 여념이 없었다. 해당 매장은 지난해 3월 다이소가 진행한 단일 품목 판매량 조사에서 과자(크라운 초코하임)가 1위 등극할 정도로 과자류가 인기를 끌고 있었다.

시민들은 다이소 과자를 찾는 이유에 대해 "같은 제품이 편의점, 마트 등 다른 판로보다 저렴해서"라고 입을 모았다. 20대 유모씨도 "다른 물건을 사러 와도 온 김에 과자 1~2개는 꼭 구매한다"며 "대부분 1000원, 비싸 봐야 2000원이라 부담이 없다"고 전했다.

다이소 관계자는 "대형마트나 편의점은 가격을 높게 책정해놓고 1+1, 2+1 등의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반면, 다이소는 균일가 정책으로 할인 행사라는 개념이 없다"며 "개별 상품에 대한 광고도 최소화하기 때문에 과자를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과자 가격·중량·할인 카드까지 비교하는 소비자들

각 사진별 오른쪽 제품이 다이소, 왼쪽 제품이 편의점 상품이다. 다이소 제품의 중량이 4~18g가량 적다. 포장지가 동일해 중량 표시를 자세히 보지 않으면 이 사실을 알기 힘들다. /사진=김영리 기자
각 사진별 오른쪽 제품이 다이소, 왼쪽 제품이 편의점 상품이다. 다이소 제품의 중량이 4~18g가량 적다. 포장지가 동일해 중량 표시를 자세히 보지 않으면 이 사실을 알기 힘들다. /사진=김영리 기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도 최근 다이소 제품과 편의점 제품의 중량이나 과자 조각 수를 비교하는 영상들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품으로 여러 가지의 과자를 구입하려면 다이소에서, 좋아하는 특정 과자를 많이 구입하려면 다이소가 아닌 마트나 편의점이 더 저렴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내놨다. 과자를 사면서 중량과 가격, 할인 카드 등 비교까지 권하는 영상이나 누리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기자가 다이소 과자와 편의점 과자를 각각 구매해 비교해본 결과, 다이소 과자가 편의점 과자 중량 차이는 ▲롯데 치토스는 18g ▲오리온 꼬북칩 초코츄러스·콘스프맛 16g ▲롯데 꼬깔콘 고소한맛 15g ▲롯데 빼빼로 오리지널 8g·아몬드5g ▲해태 포키 극세 4g 등으로 다이소 과자가 더 가벼운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제품들의 가격은 모두 다이소에서 1000원, 편의점에서는 1700원으로 다이소의 과자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빼빼로의 경우 기자가 개봉한 다이소 제품이 2~4개씩 덜 들어있긴 했지만, g당 가격을 계산해보면 편의점 제품은 31.5원, 다이소 제품은 21.7원으로 다이소 제품이 30%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서식품 오레오 초코크림의 경우 중량이 100g으로 같아도 편의점보다 최대 50% 저렴했다.

편의점이 더 저렴한 경우도 있다. 특히 할인 행사의 경우는 편의점이 더 싼 모습이었다. 이날 기준 기자가 찾은 한 CU 편의점에서는 꼬북칩 초코츄러스맛이 2+1 할인 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다이소에서 꼬북칩 초코츄러스맛을 3봉 살 때보다 1g당 1.5원씩 더 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자와 같은 저관여도 제품조차 저렴하게 사려는 소비 행태는 불황형 소비의 대표적인 예시"라며 "호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소비자들은 이제 과잣값조차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식품은 너무 저렴해도 소비자들이 기피하는 경우가 있는데, 다이소의 경우 브랜드 신뢰도가 있는 유통 기업이라 소비자들이 품질에 대한 걱정 없이 구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이소 과자가 편의점 상품보다 조금 덜 들어있다고 하더라도 '차라리 조금 덜 먹고 말지'라는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며 "그만큼 가격에 대한 소비자 저항이 큰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