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시장 누가 쥐나
클럽과 어패럴시장에서 펼쳐지던 골프업계의 전쟁이 그립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99년 역사의 그립 브랜드 램킨이 국내 소비자를 정조준하면서다.

29일 골프업계에 따르면 프리미엄 골프 브랜드 PXG의 공식 수입원인 카네는 오는 3월 쇼케이스 등을 통해 램킨을 국내에 정식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그립시장에 먼저 도전장을 낸 업체는 보이스캐디다. 2022년 사모펀드(PEF)인 다올프라이빗에쿼티(PE)가 1800억원에 슈퍼스트로크를 인수할 때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했다. 슈퍼스트로크는 퍼터 그립에 강한 브랜드다.

여기에 램킨과 손잡은 카네가 뛰어들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카네는 이미 PXG, 휴고보스 등으로 국내 골프시장에서 성공 신화를 쓴 바 있다. 영국 리서치 전문 사이트 ‘360리서치리포츠’에 따르면 램킨은 전 세계 그립시장에서 골프프라이드(약 67%)에 이어 2위(약 8%)를 차지하고 있다. 1925년 출범해 현존하는 골프 그립 브랜드 중 가장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국내 그립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190억원에 불과한 좁은 링이다. 그런데도 기업들이 그립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시장 성장 속도가 빠르고, 그립의 소비 방식이 기업 간 거래(B2B)에서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로 옮겨지고 있어서다. 미국 비즈니스리서치는 2021년 3억1220만달러(약 4173억원)였던 세계 골프 그립시장 규모가 2031년 4억1653만달러(약 5567억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국내 골프 그립시장은 아직 브랜드 간 ‘서열 정리’가 끝나지 않은 기회의 땅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골프프라이드가 점유율 50.1%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이오믹, 캐비어, 램킨, 슈퍼스트로크 등이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그립시장은 대부분 클럽에 끼워진 채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B2B 형태의 거래”라며 “소비자의 직접 구매가 활발해지면 1위와의 격차가 언제든지 좁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이후 적극적인 아마추어 골퍼가 크게 늘어난 것은 그립시장에 가장 큰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골프용품에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그립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서범석 카네 전무는 “예전에는 살 때 끼워져 있던 그립을 클럽을 버릴 때까지 썼지만, 이제는 그립의 중요성 등이 알려지면서 해마다 그립을 교체하는 골퍼가 늘었다”며 “그립 제조사들이 직접 공략할 수 있는 소비자가 생긴 셈”이라고 설명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