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 사상 최초로 메이저 결승서 2-3 역전패 두 번 당해
'신성' 신네르, 이탈리아 선수로 48년 만에 메이저 테니스 우승
얀니크 신네르(4위·이탈리아)가 세계 테니스계의 '신성'으로 우뚝 섰다.

신네르는 28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다닐 메드베데프(3위·러시아)에게 3-2(3-6 3-6 6-4 6-4 6-3) 역전승을 거뒀다.

2001년생 신네르는 이로써 이탈리아 남자 선수로는 통산 세 번째로 테니스 메이저 대회 단식을 제패했다.

신네르에 앞서서는 니콜라 피에트란겔리가 1959년과 1960년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했고, 아드리아노 파나타가 48년 전인 1976년 역시 프랑스오픈 정상에 올랐다.

신네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타더니 결국 새해 첫 메이저 대회에서 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와 메드베데프 등 톱 랭커들을 연파하며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이번 대회 준결승까지 조코비치와 네 번 만나 3승 1패를 기록하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고, 지난해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에서는 조국 이탈리아를 1976년 이후 47년 만에 정상에 올려놨다.

2008년 조코비치(당시 만 20세) 이후 호주오픈 최연소 남자 단식 우승자(22세 165일)가 된 신네르는 앞으로 2003년생인 카를로스 알카라스(2위·스페인)와 함께 세계 남자 테니스의 '차세대 기수'로 활약할 전망이다.

그는 21세 이하 상위 랭커들을 초청해 치르는 남자프로테니스(ATP)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2019년 대회 챔피언 출신이다.

유망주들끼리 겨루는 대회를 제패하며 일찌감치 가능성을 인정받은 신네르는 키 188㎝에 몸무게 76㎏의 호리호리한 체형이지만 어린 시절 스키 선수로 활약한 경험에서 얻은 탄탄한 하체가 강점이다.

이날도 일찍 체력 저하 현상을 보인 메드베데프에 비해 신네르는 5세트 막판까지도 넓은 코트 커버 능력과 힘이 실린 스트로크를 통해 3시간 44분 대접전에서 대역전승을 일궈냈다.

신네르는 시상식 인터뷰에서 "메드베데프와는 그동안 결승에서 여러 번 만났다"며 "그로 인해 더욱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었다"고 상대에 대한 존경심을 전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여기서 꼭 우승하기를 바란다"고 메드베데프에게 덕담을 건넸다.

'신성' 신네르, 이탈리아 선수로 48년 만에 메이저 테니스 우승
메드베데프는 2022년에도 이 대회 결승에서 라파엘 나달(스페인)에게 2-3(6-2 7-6<7-5> 4-6 4-6 5-7)으로 똑같이 역전패를 당했다.

2021년 US오픈 챔피언인 그는 2021년, 2022년, 2024년 호주오픈 결승에서 모두 패했다.

호주오픈 결승에서 세 번 내리 패한 것은 앤디 머리(영국) 이후 메드베데프가 두 번째다.

머리는 2010년, 2011년, 2013년, 2015년, 2016년 등 다섯 차례 호주오픈 결승에서 모두 졌다.

그러나 머리는 2-0으로 앞서다가 2-3으로 뒤집힌 적은 없다.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2-0 리드를 두 번이나 놓친 선수는 메드베데프가 최초다.

메드베데프는 하드 코트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 US오픈에 강한 모습을 보였으나 결승에서는 1승 5패에 그쳤다.

그는 프랑스오픈에서는 2021년 8강, 윔블던에서는 지난해 4강이 최고 성적이다.

메드베데프는 신네르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며 "다음에 또 우리가 결승에서 만난다면 그때는 내가 우승하면 좋겠다"며 "왜냐하면 나는 세 번이나 이 대회 결승에서 졌기 때문"이라고 자책하는 유머를 구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