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면허 없이 운행할 수 있어 ‘제2의 타다’로 불리는 택시 스타트업(타입1)이 일반 승객을 태우기 시작했다. 타입1 택시가 우티(UT) 플랫폼을 이용해 일반 승객의 호출을 받는 것을 정부가 허용하면서다. 타다가 퇴출당한 지 4년 만에 ‘혁시 택시’가 제도권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입장 바꾼 국토부

타다 퇴출 4년 만에…'제2 타다' 시동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플랫폼 운송사업 심의위원회를 열어 우티가 타입1 택시 사업자인 레인포컴퍼니에 플랫폼을 개방하는 것을 허가했다. 승객이 우티 앱으로 고급택시 블랙을 호출하면 레인포컴퍼니 차량이 목적지에 도착해 승객을 태우는 방식이다. 서울에서 시범 운행 중이며 비용은 일반택시보다 두 배가량 비싸다.

국토부 관계자는 “타입1 활성화를 위해 플랫폼 개방을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택시 운전기사 고령화 등으로 심야시간 등에 택시 공급이 빠듯해졌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인포컴퍼니 등 타입1 사업자는 택시 면허 없이 차량을 구매하거나 대여해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국토부 허가를 받아 운송사업을 하는 업체로 2020년 3월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해 제2의 타다를 표방하며 선보였다.

이들은 지금까지 장애인과 기업 등을 대상으로만 운송업을 해왔다. 국토부가 택시업계 반발을 고려해 ‘영역 분리’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타입1 외에도 택시회사를 인수해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맹사업자인 타입2(카카오T블루·반반택시), 승객과 택시회사를 이어주는 플랫폼 중개사업자인 타입3(카카오T·우티) 등을 허가했다.

사업 영역과 증차가 제한된 탓에 고사 위기에 몰렸던 타입1 택시는 대기업의 플랫폼 개방으로 한숨 돌리게 됐다. 일반 승객으로 대상이 확대돼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전망이다.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 심야시간대 30대 여성을 중심으로 수요가 상당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플랫폼 업체 우티 역시 비용 절감과 서비스 고급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우티 관계자는 “레인포컴퍼니에서 고객 응대 서비스 교육을 받은 기사들이 고급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외국인도 우버 앱을 이용해 레인포컴퍼니 택시를 곧바로 호출할 수 있어 관광객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승차공유 택시 부활하나

타입1 택시는 정부 규제 탓에 수년간 활성화되지 못했다. 증차 제한이 치명적이었다. 레인포컴퍼니는 220대 이상 차량을 늘릴 수 없었다. 파파모빌리티(200대), 코액터스(100대) 등도 운행 대수에 엄격한 제한을 받았다.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지 못하면서 타입1 택시는 매년 수십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의 5% 또는 운행 1회당 800원으로 책정된 기여금도 타입1 택시의 경영을 어렵게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택시업계는 정부가 타입1 모델을 점차 확대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레인포컴퍼니 같은 타입1 스타트업 수십 개를 우티 같은 플랫폼이 거느리면 타다를 합법화한 것과 똑같은 효과가 난다는 주장이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우티에 타입1 사업자와의 협업을 중단하라는 시정요구서를 보냈다. 조합 관계자는 “일반 손님을 대상으로 택시 면허도 없이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법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택시업계엔 영향이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시 요금보다 두 배 비싼 고급택시로 기존 택시의 사업 영역과 겹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