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안전대책 마련…사고조종사, 이륙순서 '넘버 원'을 허가로 인식한듯
활주로 진입 항공기 정지선도 눈에 잘 띄는 색깔로 바꾸기로
日하네다 사고에 '넘버원' 표현 사용중단…이륙허가 착각 가능성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지난 2일 발생한 항공기 간 충돌·화재 사고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조종사가 이륙 허가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는 표현인 '넘버 원'을 당분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등 긴급 안전대책을 마련했다고 현지 방송 NHK가 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토교통성은 당분간 사전에 출발 순서를 알리지 않고 바로 이륙 허가를 내리도록 했다.

관제사가 충돌 사고 전 이륙 순서가 첫 번째라는 의미로 넘버 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이동을 지시했는데 해상보안청 항공기 조종사가 이를 이륙 허가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 것이다.

지난 2일 하네다공항 활주로에서 일어난 일본항공(JAL) 여객기와 해상보안청 항공기 간 충돌 사고는 해상보안청 항공기가 관제사 지시가 없는 상황에서 활주로에 진입하고 관제사와 JAL 여객기 조종사가 오진입을 알아채지 못하면서 벌어졌다.

국토교통성이 3일 공개한 관제사와 해상보안청 항공기 조종사 간 교신 기록을 보면 관제사는 "넘버 원, 활주로 (바로 앞의) 정지 위치까지 이동하라"라고 지시했다.

일반적으로 넘버 원은 이륙 순서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며 활주로 진입 허가를 의미하지 않는다.

해상보안청 항공기 탑승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기장이 사고 직후 조사에서 "활주로 진입 허가를 얻은 뒤 활주로에 진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미뤄볼 때 기장은 이륙 순위인 넘버 원을 최초로 활주로를 사용해 이륙하라는 허가로 착각하고 정지선을 넘어 활주로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성의 긴급 안전대책에 따라 하네다공항뿐 아니라 일본 국내 전 공항에서는 이륙 순서를 알리는 넘버 원이라는 표현을 당분간 사용하지 않는다.

국토교통성은 항공사에 대해서도 이착륙 시 조종사가 활주로 등을 철저히 감시하고 관제사의 활주로 진입과 관련한 표현을 조종사에게 다시 한번 주지시키도록 했다.

하네다와 나리타, 간사이공항 등의 활주로 진입 직전 항공기 정지선도 눈에 잘 띄는 색깔로 바꿔 칠하기로 했다.

국토교통성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항공기가 활주로에 잘못 진입하는 일을 예방하고자 하네다공항에 활주로 감시 시스템을 상시 감시하는 인력을 이미 배치했다.

사고 당시 하네다공항에서는 '활주로 점유감시 지원기능'이라는 활주로 감시 시스템이 정상 작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시스템은 착륙기가 접근하는데 이륙 예정 항공기 등이 활주로에 진입하는 경우 관제사 앞에 있는 모니터 화면 가운데 하나에 활주로 전체를 노란색으로 점멸하고 항공기는 빨간색으로 표시한다.

사고 당시 관제사는 화면의 색 변화를 깨닫지 못해 해상보안청 항공기가 활주로에 허가 없이 진입해 40초간 이륙을 준비하며 정지해 있었는데도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이 사고로 JAL 여객기 탑승자는 379명 전원이 무사히 탈출했으나, 해상보안청 항공기 탑승자 6명 중 5명은 사망했다.

日하네다 사고에 '넘버원' 표현 사용중단…이륙허가 착각 가능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