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우리말 태풍 이름 후보로 제출…필리핀에 큰 피해 '메기'와 '노루' 대체
태풍 이름, 14개 국가가 10개씩 낸 140개 이름 중 돌아가며 붙어
반디·마루·고사리·두루미·호두·미나리 중 '새 태풍' 나온다
'반디, 마루, 고사리, 두루미, 호두, 미나리'
위 6개 단어 중 2개가 '새 한국어 태풍 이름'이 된다.

기상청은 우리말 태풍 이름 중 퇴출이 결정된 '메기'와 '노루'를 대체할 이름을 세계기상기구(WMO) 태풍위원회에 제출했다고 6일 밝혔다.

새 우리말 태풍 이름 후보는 대국민 공모를 거쳐 선정됐다.

메기를 대체할 후보는 '반디'(반딧불이과 딱정벌레), '마루'(등성이를 이루는 지붕이나 산꼭대기), '고사리'이다.

노루 대체 후보는 '두루미', '호두', '미나리'이다.

메기와 노루가 태풍 이름 군에서 '제명'되는 이유는 재작년 두 이름을 단 태풍이 필리핀에 큰 피해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2022년 제2호 태풍 메기는 4월 9일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발달해 같은 달 12일 소멸할 때까지 강하게 발달하지는 않았으나, 필리핀 중부 레이테섬 북부를 순회하면서 홍수와 산사태를 일으켰다.

필리핀 기상청에 따르면 메기 때문에 214명이 목숨을 잃고 8명이 부상했으며 132명이 실종됐다.

이재민도 다수 발생해 태풍이 지나가고 5개월이 지난 뒤까지 약 7천명이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피해액은 총 22억7천229만여페소(약 535억8천만원)에 달했다.

태풍 노루는 2022년 제16호 태풍으로 9월 23일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발생해 필리핀 북부 루손섬을 관통한 뒤 베트남을 지나 9월 28일 태국에서 소멸할 때까지 필리핀·라오스·태국·베트남 등 4개국에 많은 비를 뿌리고 큰 홍수를 일으켰다.

필리핀에서만 노루 때문에 12명이 사망하고 68명이 다쳤으며 5명이 실종됐다.

총피해액은 약 33억351만천페소(약 778억9천600만원)로 집계됐다.

메기와 노루처럼 큰 피해를 일으킨 태풍의 이름을 교체해 다시 사용하지 않는 것은 같은 피해가 다시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뜻에서다.

태풍이 큰 피해를 내면 보험처리 등 각종 사후절차가 다수 진행돼야 하고, 미래에 다시 언급될 경우도 많은데 같은 이름의 태풍이 또 나오면 헷갈릴 수 있다는 실무적인 사정도 작용한다.

필리핀은 이번에 메기와 노루 말고도 꼰선(제출국 베트남), 곤파스(일본), 라이(미크로네시아), 망온(홍콩), 날개(북한) 등의 퇴출도 요구했다.

필리핀은 10억페소 이상 재산 피해를 발생시키거나 300명 이상 목숨을 앗아간 태풍의 이름은 교체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2022년 제11호 태풍 힌남노(제출국 라오스) 퇴출을 요구한 상황이다.

국내에 상륙했던 힌남노로 1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으며 2천440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반디·마루·고사리·두루미·호두·미나리 중 '새 태풍' 나온다
피해와 별개로 퇴출이 결정된 이름도 있다.

필리핀이 제출한 '말라카스'로 필리핀어로는 '강력하다'라는 뜻이지만, 그리스어로는 성적인 속어여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논란이 돼 교체된다.

태풍엔 태풍위원회 14개 회원국이 10개씩 낸 140개 이름이 돌아가며 붙는다.

태풍 이름은 예보에 활용되므로 일단 어느 나라에서든 발음하기 쉬워야 한다.

기상청도 메기와 노루를 대체할 이름을 태풍위원회에 제출할 때 발음을 녹음한 음성도 같이 보냈다.

다른 기상용어와 헷갈릴 여지가 있어도 태풍 이름이 될 수 없다.

가령 '소나기'라는 단어는 태풍 이름이 되면 '소나기가 온다'라고 했을 때 '태풍 소나기'가 온다는 것인지, '소나기 형태 비'가 내린다는 것인지 헷갈릴 수 있으므로 부적합하다.

특정 국가에서 부정적인 뜻이거나, 부정적인 뜻을 지닌 단어와 발음이 비슷한 단어도 태풍 이름이 될 수 없다.

그간 퇴출당한 한국어 태풍 이름은 봉선화, 매미, 수달, 나비, 소나무, 무지개, 고니 등이 있다.

새 태풍 이름은 2월 26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태풍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