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인 1일 한덕수 국무총리 및 각 부처 장관 등 국무위원들은 대거 민생 현장을 찾았다. 국무위원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 민심을 경청해 달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당부에 따른 것이다.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7시께 서울 종로구 청진공원에서 작업 중인 환경공무관들을 격려했다. 종로구청 환경공무관 132명은 전날 밤 보신각∼세종대로 일대에 10만 인파가 몰린 새해맞이 행사를 뒷정리하기 위해 평소보다 4시간 이른 새벽 1시에 출근했다.한 총리는 “더울 때는 더운 대로, 추울 때는 추운 대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고생하는 직군 중 하나가 환경공무관”이라며 “국민들이 오랜만에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남보다 일찍 나와서 고된 일을 해주신 데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공무관 132명 전원에게 발열 내의를 선물했다.윤석열 대통령은 한 총리 및 국무위원들과 함께 이날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참배를 마친 후 떡국을 곁들인 조찬을 함께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조찬에서도 “올해는 문제가 생기면 즉각 해결하고, 민생을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국무위원들은 조찬을 마친 후 곧바로 현장을 찾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새해 첫 민생 행보로 서울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 거리를 찾았다. 온누리상품권으로 물품을 구매하고 상인들과 간담회를 열어 경기상황과 애로사항을 청취했다.최 부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 “최근 경기회복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으나 소상공인 체감 경기는 여전히 어렵다”며 “소상공인 부담 경감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 1분기 안에 영세 소상공인 126만명에게 인당 20만원가량의 전기요금 감면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온누리상품권을 전년 대비 1조원 이상 확대 발행하겠다는 내용도 소개했다.지난달 29일 최 부총리와 함께 임명된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도 이날 첫 민생 현장 행보를 시작했다. 오 장관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소재 태블릿 주문 솔루션 플랫폼업체 티오더를 방문해 신년 연휴에도 수출물량 등을 맞추기 위해 근무 중인 임직원을 격려했다.창업에서 수출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경영 노하우와 애로사항, 정부 정책 제언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는 것이 중기부 설명이다. 이어 오 장관은 종로광장전통시장을 방문해 기업가형 소상공인이 전통시장 상인과 협업해 전통시장을 활성화한 사례를 청취하고 주변 상인들을 격려했다.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전북 장수군에 있는 거점 소독시설 및 동물위생시험소를 찾았다. AI(조류인플루엔자) 방역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방역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서울 홈플러스 강서점을 찾아 마트 내 수산물 판매 매대를 돌아보면 수산물 물가를 점검했다.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오전 0시 인천공항 제1 화물터미널을 방문해 올해 첫 수출 현장을 점검했다. 방 장관은 이날 반도체 장비 등을 싣고 새해 처음 출항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행 대한항공 KE207 항공편 화물 선적 현장을 돌아보고 터미널 근무자들을 격려했다. 근무자들에겐 방한 목도리를 선물했다. 방 장관은 안덕근 산업부 장관 후보자가 임명되는 즉시 사퇴하고, 오는 4월 총선 출마를 준비할 예정이다.국무위원은 아니지만 지방자치단체장 중 유일한 국무회의 배석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영등포구 시립영등포보현종합지원센터를 찾아 센터 직원 및 시민들과 함께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함께 했다. 오 시장은 이들과 점심을 먹으며 지원 프로그램 참여로 자활·자립에 자신감을 회복한 사연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2020년 문을 연 지원센터는 노숙인에게 상담·급식·의료지원·응급구호·샤워 등을 제공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립·자활의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그 외 다른 부처 장관들은 국립현충원 참배를 제외하면 별다른 현장 방문 일정을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부처 대변인실 관계자는 “산적한 현안과 올 한해 업무계획을 정리하기 위해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았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현장을 찾아 민심을 적극적으로 청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강경민/박상용/이슬기 기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이 2024년 새해와 함께 본격 출범한다. 1기 경제팀에 비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高)’ 악재가 잦아들고 있다는 점에서는 유리한 여건이다. 하지만 내수 침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등 뒤늦게 불어닥친 3고 후폭풍과 마주한 상황이다. 저출산 추세를 반등시킬 ‘묘수’를 찾고 총선을 앞두고 폭주하는 ‘복지 포퓰리즘’으로부터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등 난제도 산적해 있다. PF 위기 대응…세제 개혁 과제도최상목호(號)는 출범과 함께 고금리가 촉발한 부동산 침체로 인한 PF발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과 관련해 필요시 기존 85조원 규모의 시장안정 조치 확대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이번주 발표하는 새해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사회간접자본(SOC) 확대 등 건설 부양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수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고물가와 고금리로 침체하고 있는 내수를 살려야 하는 과제 또한 안고 있다. 한국은행은 2022년 4.1%에서 2023년 1.9%로 고꾸라진 민간소비 증가율이 새해에도 2023년과 같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지난 29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공공 부문이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일감 공급을 대폭 확대하겠다”며 “상반기에 공공 부문 전체의 SOC 투자를 역대 최고 수준으로 신속히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세제 분야에서도 과제가 산적해 있다. 1기 경제팀은 문재인 정부 시절 강화된 징벌적 부동산 세제와 규제를 되돌리는 데 주력했고,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중산층도 내는 세금이 된 상속세 개편과 내국세의 40% 이상을 지방에 자동 할당하는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혁은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정부 안팎에서는 상속세 개편으로 노인 세대의 부를 젊은 세대로 활발히 이전하고, 지방교부세 등 개편을 통해 저출산 대책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선 포퓰리즘 맞서 ‘곳간’ 사수2기 경제팀은 4월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포퓰리즘 공약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최소 6조원의 재정이 소요되는 대구~광주 달빛철도, 재원 대책 없는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기초연금 40만원으로 인상 등 여야를 막론하고 재정 퍼주기 정책이 줄을 잇고 있다. 정부가 2024년 예산안에서 예측한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만 92조원에 달한다. 여야가 내놓은 복지 정책들이 현실화하면 만성 재정적자 구조는 고착화할 수밖에 없다.성장률을 반등시킬 구조개혁도 시급하다. 한국은행 등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예측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평균 2.0% 수준이다. 자칫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겪어보지 못한 ‘2년 연속 1%대 성장’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이 저성장 기조에서 탈피하기 위해선 업종별 진입장벽을 깨 끊임없이 새로운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규제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산인구 감소 여파를 막을 외국 인력 확보까지 감안한 노동개혁과 25년간 이어진 보험료율 ‘9%의 벽’을 뚫는 연금개혁 등 구조개혁도 최 부총리가 짊어진 과제다. 7월 예정된 외국 금융회사의 국내 외환시장 직접 참여 등과 관련해 외환시장 안정성을 지켜야 하는 임무도 있다.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2024년 새해와 함께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이 본격 출범한다. 2기 경제팀을 이끄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주한 경제 환경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악재 속에 출발한 추경호호(號)에 비해선 나은 편이다. 하지만 고물가·고환율이 내수 침체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로 이어지는 등 3고의 후폭풍이 본격화되고 있다. 매년 세계 신기록을 쓰고 있는 저출산 추세를 반등시킬 ‘묘수’를 찾고 총선을 앞두고 폭증하는 ‘복지 포퓰리즘’으로부터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등 난제도 산적해있다. 올해 최상목호의 5대 과제를 꼽아봤다.○3고 후폭풍 연착륙최상목호가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3고 후폭풍에서 경제를 지키는 일이다. 높아진 금리가 부동산 침체로 이어지면서 PF발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업계 16위인 태영건설이 만기가 도래하는 PF우발채무를 막지 못해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갔다. 고금리에도 작년 3분기 기준 명목국내총생산(GDP)대비 민간신용(가계·기업부채)비율은 227%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한국경제의 ‘뇌관’이 되고 있다. 수출은 회복세를 타고 있지만 높아진 물가 부담에 내수시장 침체는 이어지고 있다. 금융업계는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를 점치곤 있지만 자칫 물가만 자극하고 부채 등 부실은 키울 수 있어 당국의 역량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저출산 푸는 세제·재정개혁세제 영역에서 추경호호는 문재인 정부 시절 강화된 징벌적 부동산 세제와 규제를 되돌리는데 주력했고,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중산층도 내는 세금이 된 상속세 개편과 내국세의 40% 이상을 지방에 강제 할당하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제도 개혁은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당초 정부는 국민들의 세부담을 줄인다는 취지에서 상속세를 각 상속인이 물려받은만큼만 내는 유산취득세로 개편하는 안을 추진했다. 지금은 저출산 극복을 위해 노인 세대의 부가 젊은 세대로 더 활발하게 이뤄지려면 상속·증여세 개편이 필요하다는 취지가 더해졌다. 내국세의 지방 이전 구조를 손봐 육아휴직급여, 아동수당 확대 등 저출산 대책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정부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복지 포퓰리즘으로부터 ‘곳간’ 사수4월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현금성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민주당은 연간 최대 15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정되는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를 1호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부와 여당도 이에 질세라 4년 간 약 10조원 가량의 건강보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간호·간병서비스 확대 방안을 내놨고, 기초연금을 2028년까지 40만원으로 높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복지 지출 폭증으로 2023년 정부 총지출 대비 52.9%인 의무지출 비율은 10년 뒤인 2032년 60.5%로 높아진다. 정부가 재량을 발휘해 경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이미 기재부 내부에서도 복지 지출 증가세를 이대로둬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잠재성장률 반등시킬 구조개혁한국은행과 KDI를 비롯한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예측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2.0% 수준이다. 1%대 저성장 흐름에선 벗어나겠지만 대략 2%수준인 잠재성장률을 넘어서진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이 저성장 기조에서 탈피하기 위해선 업종별 진입장벽을 깨 끊임없이 새로운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규제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산 인구 감소 여파를 막을 외국 인력 확보까지 감안한 노동개혁과 25년간 이어진 보험료율 ‘9%의 벽’을 뚫는 연금개혁 등 구조개혁도 그가 짚어져야 할 과제다.○IMF 이후 26년만의 외환시장 개방정부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트라우마로 20년 넘게 폐쇄적으로 운영해오던 외환시장을 올해 7월 본격 개방한다. 지난해 2월 내놓은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이 준비 과정을 거쳐 본격 시행되는 것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였던 국내 외환시장 개장 시간이 올해 7월부터 영국 런던 시장이 마감되는 새벽2시까지 확대된다. 해외 소재 외국금융기관(RFI)이 국내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대외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요동치던 국내 외환시장이란 연못을 ‘넓고 깊게’파 원화의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취지다. 하지만 그간 외환정책의 근간을 바꾸는 개편인만큼 불확실성도 크다.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