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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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주인과 좋은 관계를 맺어 오다 한 달 전 계약 연장에 합의했습니다. 최근 집주인이 다른 사람에게 집을 매도하면서 주인이 바뀔 것이라고 통보했습니다. 저는 새로운 집주인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전세 보증금은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계약이 종료될 때 돌려받아야 할 전세 보증금이 있기에 집주인이 바뀌는 상황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개인의 부동산 거래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재산거래가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집주인이 바뀌는 상황에서 전세금 반환에 두려움이 생긴다면 어떨게 해야할까요. 세입자는 법률상 새 집주인과의 계약을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법률상으로 집주인의 부동산 매매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합법적인 거래입니다. 이 가운데 임대차 계약은 하나의 채권 관계로 볼 수 있습니다. 채권 관계는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채무를 갚을 의무가 있으며, 설령 채무자가 사망하더라도 채무 의무를 면할 수 없습니다. 이는 임대차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세금 채권은 계약이 종료될 때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반환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전세금을 반환해야 할 집주인이 채무자이며, 전세금을 돌려받아야 할 세입자는 채권자에 해당한다는 뜻입니다. 부동산 매매로 집주인이 바뀐다면 채무자가 자신 마음대로 채무자의 의무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과 같습니다.

이 경우 세입자는 집주인 변경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권리가 생깁니다. 실제로 계약 기간 중 집주인 변경에 대해 세입자가 거부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존재합니다.

다만 집주인 변경에 관해 거부권을 행사할 때는 집주인의 부동산 매매 자체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거부권 행사는 전세금 채권이 기존 집주인에서 새 집주인으로 승계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일 뿐입니다. 부동산 매매를 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세입자가 유의해야 할 부분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즉시 계약은 해지돼 집을 비워줘야 하는 명도 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새 집주인이 불안하다면…세입자가 전세계약 거부할 수 있다는데[아하! 부동산법률]
최근 시장에선 세입자에게 통보 없이 이뤄지는 집주인 변경 사례도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최근 전세 사기 유형을 살펴보면 돈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집해 일정 금액을 주고 집주인을 변경한 후 세입자의 전세금을 가로채는 수법이 등장했습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세입자는 계약 종료 시점이 다가올 때쯤에야 알게 돼 피해가 생기게 됩니다. 세입자가 수시로 집주인을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악질적인 수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계약 전부터 특약을 넣어 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령 '집주인이 변경될 시에는 세입자에게 반드시 통보하고 이를 어길 시에는 기존 집주인이 전액 전세금을 반환해야 한다'라는 취지의 내용을 넣는 게 좋습니다.

정상적으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마친 선순위 세입자라면 집주인 변경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해당 주택에 이사를 오기 전 등기부를 통해 집주인의 채무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까지 마쳤다면 우선순위로 전세금 채권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새로운 집주인에게 문제가 생겨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전세금 반환소송을 통해 부동산 경매로 전세금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경매 대금이 돌려받아야 할 전세금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선순위 세입자라면 나머지 금액을 낙찰자에게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순위 세입자가 아니라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집을 빼줘야 하거나 전세금 중 일부를 돌려받지 못하는 위험이 생길 수 있으니 이사를 오기 전 선순위 세입자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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