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새주인 맞는 HMM…'체급 아래' 하림엔 기대·우려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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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관리 벗어나 경영정상화 주목…'새우가 고래 삼킨 꼴' 시선도
인수자금 조달·선사 운영능력 당면과제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이 7년 만에 하림이라는 새 주인을 맞게 됐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유일한 대형선사인 HMM은 2016년 유동성 위기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체제에 있다 벌크선사 팬오션을 보유한 하림의 품에 결국 안기게 됐다.
해운업 불황이 닥친 상황에서 HMM보다 자산 규모가 작은 하림이 18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새우가 고래를 삼킨 꼴'이라는 시선도 있다.
따라서 인수자금 조달, 해운업 침체를 넘어설 경영 능력은 하림 앞에 놓인 당면 과제다.
◇ HMM, 7년만에 새주인 찾다
올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HMM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은 2016년 채권단 관리로 전환된 이후 7년여만이다.
HMM 전신인 현대상선은 1976년 3월 25일 아세아상선으로 창립해 한진해운에 이은 국내 2위 컨테이너선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2010년대 해운업 장기침체를 맞아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2013년 말 6조8천억원의 공적 자금을 수혈받고 산업은행 관리를 받아왔다.
당시 해운업계에서는 국내 1위이자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2016년 말 파산하자, 유일한 대형 컨테이너 선사인 현대상선은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8년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세워 현대상선의 초대형 선박 20척(2만4천TEU 12척·1만6천TEU 8척) 발주를 지원했다.
초대형선은 단위당 원가를 크게 줄일 수 있어 선사의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현대상선은 2020년 HMM으로 새출발하며 지난해 세계 3대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HMM은 동맹 내에서 세계 최대 2만4천TEU 컨테이너선 12척을 내세워 운항 효율성을 높였다.
그 결과 HMM은 2020년 9년 만에 적자 탈출에 성공하고, 2022년 매출 18조5천868억원, 영업이익 9조9천455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만 53.5%로, 번 돈 절반은 수익으로 남겼다는 얘기다.
여기에 경쟁력 강화로 세계 컨테이너 선사 순위 8위까지 뛰어오르자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본격적인 매각작업에 들어갔다.
두 기관은 지난 7월 매각 절차 개시를 계기로 보유한 2조7천억원가량의 영구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영구채 중 1조원가량을 주식으로 전환·매각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며 매각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그 결과 지난달 23일 마감된 HMM 본입찰에서 하림과 동원그룹이 참여했고, 동원보다 2천억원 높은 6조4천억원을 써낸 하림이 HMM을 인수할 주인공으로 낙점됐다.
◇ 관건은 자금조달 능력…해운업계 시너지 기대도
하림이 HMM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하림은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손잡고 유가증권 매각과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은 자금력으로는 HMM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HMM은 올해 4월 기준 자산 총액이 25조8천억원에 달해 국내 기업집단 가운데 19위에 오른 대기업이다.
현금성 자산만 해도 14조원에 달한다.
반면 하림의 현금성 자산은 1조6천억원 정도에 불과하고,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 자금력에 기대야 한다.
이에 따라 하림은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매각 측에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벌크선사인 팬오션이 있지만, 초대형 컨테이너선 운영 경험은 없는 것도 하림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HMM은 초대형선(1만TEU급 이상 선복량 기준) 보유 비율이 세계 1위다.
HMM은 컨테이너 위주 사업 포트폴리오를 벌크 부문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내 유일한 컨테이너 선사로서 사업 전환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해석이다.
또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친환경 선박과 벌크선 등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향후 해운업황은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부진, 운송선박의 공급 증가 등으로 하락세가 불가피하다.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 3분기 886∼1천43으로, 지난해 동기(1천922∼4천203)의 4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악재들도 산재해 하림의 경영능력은 시험대에 설 전망이다.
하지만 HMM이 '주인없는 회사'에서 벗어나 민간 기업으로서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인수기업이 벌크선사이지만 선사 운영 경험이 있는 하림이라는 점은 해운업계도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은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에 대비해 체력을 더 키워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인수자금 조달·선사 운영능력 당면과제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이 7년 만에 하림이라는 새 주인을 맞게 됐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유일한 대형선사인 HMM은 2016년 유동성 위기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체제에 있다 벌크선사 팬오션을 보유한 하림의 품에 결국 안기게 됐다.
해운업 불황이 닥친 상황에서 HMM보다 자산 규모가 작은 하림이 18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새우가 고래를 삼킨 꼴'이라는 시선도 있다.
따라서 인수자금 조달, 해운업 침체를 넘어설 경영 능력은 하림 앞에 놓인 당면 과제다.
◇ HMM, 7년만에 새주인 찾다
올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HMM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은 2016년 채권단 관리로 전환된 이후 7년여만이다.
HMM 전신인 현대상선은 1976년 3월 25일 아세아상선으로 창립해 한진해운에 이은 국내 2위 컨테이너선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2010년대 해운업 장기침체를 맞아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2013년 말 6조8천억원의 공적 자금을 수혈받고 산업은행 관리를 받아왔다.
당시 해운업계에서는 국내 1위이자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2016년 말 파산하자, 유일한 대형 컨테이너 선사인 현대상선은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8년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세워 현대상선의 초대형 선박 20척(2만4천TEU 12척·1만6천TEU 8척) 발주를 지원했다.
초대형선은 단위당 원가를 크게 줄일 수 있어 선사의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현대상선은 2020년 HMM으로 새출발하며 지난해 세계 3대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HMM은 동맹 내에서 세계 최대 2만4천TEU 컨테이너선 12척을 내세워 운항 효율성을 높였다.
그 결과 HMM은 2020년 9년 만에 적자 탈출에 성공하고, 2022년 매출 18조5천868억원, 영업이익 9조9천455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만 53.5%로, 번 돈 절반은 수익으로 남겼다는 얘기다.
여기에 경쟁력 강화로 세계 컨테이너 선사 순위 8위까지 뛰어오르자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본격적인 매각작업에 들어갔다.
두 기관은 지난 7월 매각 절차 개시를 계기로 보유한 2조7천억원가량의 영구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영구채 중 1조원가량을 주식으로 전환·매각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며 매각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그 결과 지난달 23일 마감된 HMM 본입찰에서 하림과 동원그룹이 참여했고, 동원보다 2천억원 높은 6조4천억원을 써낸 하림이 HMM을 인수할 주인공으로 낙점됐다.
◇ 관건은 자금조달 능력…해운업계 시너지 기대도
하림이 HMM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하림은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손잡고 유가증권 매각과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은 자금력으로는 HMM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HMM은 올해 4월 기준 자산 총액이 25조8천억원에 달해 국내 기업집단 가운데 19위에 오른 대기업이다.
현금성 자산만 해도 14조원에 달한다.
반면 하림의 현금성 자산은 1조6천억원 정도에 불과하고,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 자금력에 기대야 한다.
이에 따라 하림은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매각 측에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벌크선사인 팬오션이 있지만, 초대형 컨테이너선 운영 경험은 없는 것도 하림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HMM은 초대형선(1만TEU급 이상 선복량 기준) 보유 비율이 세계 1위다.
HMM은 컨테이너 위주 사업 포트폴리오를 벌크 부문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내 유일한 컨테이너 선사로서 사업 전환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해석이다.
또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친환경 선박과 벌크선 등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향후 해운업황은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부진, 운송선박의 공급 증가 등으로 하락세가 불가피하다.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 3분기 886∼1천43으로, 지난해 동기(1천922∼4천203)의 4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악재들도 산재해 하림의 경영능력은 시험대에 설 전망이다.
하지만 HMM이 '주인없는 회사'에서 벗어나 민간 기업으로서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인수기업이 벌크선사이지만 선사 운영 경험이 있는 하림이라는 점은 해운업계도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은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에 대비해 체력을 더 키워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