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발판 구축' 관측…"빠른 의사 결정 장점…독단은 경계 대상"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오너 일가 2~3세의 승진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다.

기업 승계의 발판과 젊은 리더십을 동시에 구축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진제약 오너 2세인 조규석 경영관리 및 생산 총괄 부사장과 최지현 영업 마케팅 총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발령 일자는 내년 1월 1일이다.

승진과 함께 최지현 사장은 기존 업무에 더해 연구개발(R&D) 총괄 업무를 추가로 맡게 됐다.

두 사장은 사내이사로서 최용주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삼진제약의 경영을 이끌 예정이다.

영업 총괄본부장인 조규형 전무와 경영지원·기획·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담당 최지선 전무도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제약사 오너 2~3세 잇단 승진…대기업 3세도 바이오서 '두각'
삼진제약은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이 공동으로 경영하고 있다.

조규석 사장과 조규형 부사장은 각각 조 회장의 장남, 차남이고 최지현 사장과 최지선 부사장은 각각 최 회장의 장녀, 차녀이다.

광동제약에선 최성원 대표이사 부회장이 최근 회장으로 승진했다.

최 신임 회장은 창업주인 고(故) 최수부 회장의 장남으로, 1992년 광동제약에 입사해 영업본부장, 대표이사 사장,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최 회장 지휘 아래 식·의약품을 아우르는 천연물 사업에서 핵심 역량을 확보하는 게 회사의 목표다.

대원제약 백인영 이사는 최근 상무로 승진했다.

대원제약은 창업주인 고 백부현 회장의 장남인 백승호 회장과 차남인 백승열 부회장이 함께 경영하고 있는데, 백인영 이사는 백승열 부회장의 장남이고 올 초 경영총괄 사장으로 승진한 백인환 사장은 백승호 회장의 장남이다.

한 제약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인사 동향에 대해 "오너 경영은 빠른 의사결정과 경영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의 큰 그림을 그리기에 적합해 요즘 같은 경기 침체 시기에 전문경영인 체제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면서도 "독단적인 경영권 오남용과 자질 부족 논란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도 그룹 오너 3세를 제약·바이오 계열사 주요 자리에 앉히며 새 임무를 부여하고 있다.
제약사 오너 2~3세 잇단 승진…대기업 3세도 바이오서 '두각'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은 최근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사업 개발과 투자 간 시너지 효과를 통해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이을 두 번째 제품을 추진하려는 모습이다.

롯데그룹에선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전무로 올라섰다.

신 전무는 롯데지주에 신설되는 미래성장실의 실장을 맡아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 신사업을 관리하고,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도 겸직하며 바이오 사업 경영에 직접 참여할 예정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조선, 반도체, 자동차 등 이미 성숙한 산업에 비해 바이오는 아직 성장할 여지가 많이 남아있는 편"이라며 "오너 3세라는 뉴페이스를 통해 비교적 신사업인 바이오 분야에서 새 리더십을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