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첨단 메모리 개발 위한 EUV 기술 조기 확보 추진
SK하이닉스도 ASML과 협약…EUV 공정 전력사용량 저감기술 공동 개발키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삼성전자와 손잡고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기술을 한국에서 공동 개발하기로 함에 따라 최첨단 메모리 개발을 위한 국내 반도체 생태계 조성과 성장에도 한층 더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ASML은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ASML 본사에서 열린 한국-네덜란드 반도체 협력 협약식에서 EUV 공동 연구소 설립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ASML·삼성 기술협력 강화…한국서 차세대 노광기술 공동개발
연구소는 국내 수도권에 설립될 예정이며, 삼성전자와 ASML이 7억유로(약 1조원)를 투자해 차세대 노광장비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각 사 투자 금액은 비공개하기로 했다.

ASML은 최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이다.

반도체 전(前) 공정의 하나인 노광 공정은 웨이퍼에 미세하고 복잡한 전자 회로를 인쇄하는 과정이다.

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단위로 회로 선폭을 줄여 반도체 크기를 작게 하는 미세공정 기술 수준이 높을수록 한 웨이퍼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어 생산성이 높아진다.

ASML이 독점 공급하는 EUV 노광장비는 빛의 파장이 기존 장비보다 짧아 이를 이용하면 더 미세한 반도체 회로를 만들 수 있다.

특히 7나노 이하 반도체 초미세공정에 꼭 필요한 장비로 꼽힌다.

각종 전자기기 간 상호 연결로 방대한 데이터가 발생·처리되는 시대에는 고성능·고용량·저전력을 충족하는 메모리 반도체가 필수여서 전 세계 업계가 미세공정의 한계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ASML 역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 국가인 한국에 투자하는 것이 차세대 노광 기술 확보에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삼성전자와 공동 연구소 설립에 합의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번 협약에 따라 최첨단 메모리 개발에 필요한 차세대 EUV 양산 기술을 조기 확보하고 최신 장비를 적극 도입해 메모리 미세공정 혁신을 이끌 계획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구현을 EUV 기술 확보가 좌우한다고 보고 2000년대부터 ASML과 반도체 초미세공정 기술·장비 개발 협력을 이어왔으며 2012년에는 ASML 지분에 투자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2020년 업계 최초로 D램 생산에 EUV를 적용하는 등 성과를 창출해 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SML과 공동 연구소 건립은 차세대 노광장비 개발에 대한 국내 생태계 조성과 성장에도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내 설비소재 협력사의 성장과 반도체 인재 육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국가 반도체 경쟁력 확보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ASML·삼성 기술협력 강화…한국서 차세대 노광기술 공동개발
삼성전자와 더불어 ASML의 주요 고객 중 하나인 SK하이닉스도 EUV 공정에서 전력 사용량과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을 ASML과 공동 개발하는 협약을 체결하며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10나노 4세대(1a)와 5세대(1b) D램 제조공정에 ASML의 EUV 장비를 적용 중이며, 향후 확대 적용을 위해 2021년 4조7천500억원 규모의 EUV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협약에서 EUV를 운용할 때 내부 오염원 제거 등에 쓰이는 수소 가스를 포집한 뒤 연료전지로 재활용해 전력화하는 기술을 ASML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지금은 사용한 수소 가스를 소각 처리하고 있는데, 이를 재활용하면 전력 사용량뿐 아니라 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