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멘털리티' 자리 잡은 울산 위기관리 능력 빛나
쪼그라든 투자에 구단 무능력 겹친 수원, 내년엔 2부서 경쟁
광주FC, 승격팀 돌풍 일으키며 3위

[※ 편집자 주 = 프로축구 2023시즌이 9일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를 끝으로 막을 내림에 따라 결산 기사 4건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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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결산] ①홍명보의 울산, 창단 첫 2연패…'명가' 수원 충격의 강등
2023시즌 프로축구 K리그1에서는 울산 현대가 구단 사상 처음으로 리그 2연패를 이뤄냈다.

울산은 하나원큐 K리그1 2023 35라운드 홈 경기에서 대구FC에 승리하며 남은 3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우승을 조기에 확정했다.

17년 만의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시즌에 이어 두 시즌 연속으로 왕좌에 올랐다.

유독 준우승을 많이 해 '만년 이인자' 꼬리표가 붙었던 울산은 창단 첫 리그 2연패를 이뤄내며 뒷심이 부족했던 '과거'와 확실하게 단절했음을 보여줬다.

'우승 멘털리티'가 울산의 DNA에 깊숙이 자리 잡기 시작한 첫 시즌이라는 점에서 2023시즌 우승은 뜻깊다.

울산의 한 해 행보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위기관리 능력'이었다.

연패는 단 한 차례만 당했고, 3경기 무승(2무 1패)도 두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위기 상황에서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프로축구결산] ①홍명보의 울산, 창단 첫 2연패…'명가' 수원 충격의 강등
6월에는 박용우 등 일부 선수들이 SNS에서 인종차별적인 언사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 팀 분위기가 확 꺾이는 난감한 상황을 맞이했다.

곧이어 박용우가 아랍에미리트 알아인으로 이적해 조직력마저 흔들렸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확 무너지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한 경기를 남겨두고 우승을 확정한 지난 시즌보다 2경기 빠르게 트로피를 예약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며 지도자로는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의 새 역사를 지휘한 홍명보 울산 감독은 팀의 2연패를 지휘해내며 명장임을 다시금 입증해냈다.

시즌 막판 힘겹게 추진력을 뽑아내며 2, 3위 팀들과 격차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선수들의 MBTI(성격유형검사)까지 일일이 파악할 정도로 소통을 중시하는 홍명보 감독의 '형님 리더십' 덕이라는 평가가 많다.

홍명보 감독은 2년 연속으로 K리그1 감독상을 받았다.

토종 최고 골잡이 주민규를 재영입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은 구단의 노력도 우승의 동력으로 꼽힌다.

주민규는 17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구단에 제대로 보답했다.

[프로축구결산] ①홍명보의 울산, 창단 첫 2연패…'명가' 수원 충격의 강등
울산 구단은 창단 이후 처음으로 마케팅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경기력은 물론 흥행까지 잡는 '일류 프로구단'으로 진화해나가고 있다.

올해 모기업 지원을 제외한 자체 수입 160억원 중 마케팅 활동으로만 102억원을 벌어들였다.

시민구단이자 갓 승격한 팀인 광주FC는 '역대급 돌풍'을 일으키며 울산만큼 큰 주목을 받았다.

울산, 포항 스틸러스에 이어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승격팀의 깜짝 반란' 정도로 여겨졌으나 광주는 외려 중반기 이후 더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이정효 광주 감독은 약팀 사령탑이 선택하기 쉬운, 한정된 선수 자원을 '짜내는' 운용을 하지 않았다.

상대를 철저하게 계산해 세밀한 패스워크로 무너뜨리는 전술가 면모를 자랑하며 승승장구했다.

광주는 결국 전북 현대 등 강팀들을 줄줄이 밀어내고 3위까지 주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프로축구결산] ①홍명보의 울산, 창단 첫 2연패…'명가' 수원 충격의 강등
반면, 최악의 부진 속에 K리그2로 강등된 수원 삼성은 열성 팬들에게 씻을 수 없는 굴욕감을 안겼다.

수원은 2022시즌 승강 플레이오프(PO)까지 내몰렸으면서도 이후 쇄신이라 할만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2023시즌에 임했다가 리그 최고 인기 구단으로서 상상도 못 하던 '최하위 강등'이라는 결과를 마주했다.

모기업의 투자 감소에 구단의 무능력이 더해져 빚어진 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2010년대 초반까지 리그를 선도하는 구단이던 수원은 삼성스포츠단의 운영 주체가 2014년 삼성그룹에서 제일기획으로 넘어간 뒤 투자금이 쪼그라들었다.

다만, 지난해 기준 수원의 재력이 리그 최하위를 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해 수원이 선수 인건비로 쓴 돈은 88억원 정도인데, 이는 김천 상무를 제외한 K리그1 구단 중 8번째에 해당한다.

K리그1 10위 강원FC와 11위 수원FC가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K리그2 팀들을 꺾고 잔류에 성공한 점은 강등된 수원을 더 초라하게 만든다.

수원 팬들의 자부심을 드러내 온 문구인 '축구수도 수원'의 주인공은 당분간 수원이 아닌 수원FC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