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끝난 아파트 조합장이 월급 꼬박꼬박…'청산 연금' 막힌다
개정 도시정비법 국회 통과…국토부·지자체에 관리 권한 부여
재개발·재건축조합 제때 청산 안하면 수사기관 고발까지 가능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입주까지 끝났는데도 특별한 이유 없이 조합을 청산하지 않으면서, 조합장(청산인)이 연금처럼 꼬박꼬박 월급을 타가는 행위가 제한된다.

조합 해산에 이어 청산 절차까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8일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시정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법은 내년 6월께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법에는 조합 해산 이후 청산인이 지체 없이 청산 업무를 수행해야 하며, 청산인이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경우 국토교통부와 지자체가 조합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토부·지자체는 점검반을 구성해 정비사업 현장 조사를 할 수 있으며, 위법 사항에 대해선 시정 요구뿐 아니라 수사기관에 고발까지 할 수 있게 된다.

재개발·재건축조합 제때 청산 안하면 수사기관 고발까지 가능
현행 도시정비법은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끝나 대지와 건축물 소유권이 조합원과 일반 분양자들에게 이전되면 1년 이내에 조합장이 조합 해산 총회를 소집하고, 총회에서 청산인을 선임해 청산 법인이 남은 행정 업무를 종결하도록 하고 있다.

청산인은 대체로 해산한 조합의 조합장이 그대로 맡는다.

그러나 잔여 조합 업무를 승계받은 청산인이 고의로 청산 절차를 지연시키면서 장기간 임금·상여금을 받아 가거나 세금, 채권 추심·변제 등을 위해 남겨둔 유보금을 횡령해 문제가 돼왔다.

조합원들이 문제를 제기해도 제재 방법은 마땅치 않았다.

조합 해산 때까지는 정부·지자체의 관리·감독 아래 있지만, 청산 절차로 넘어가면 민법에 의해 법원으로 관리·감독 권한이 넘어가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번에 통과된 도시정비법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에 따르면 2010년 이후 해산한 전국 재정비 조합 387개 중 65.4%(253개)의 청산이 아직도 완료되지 않았다.

이 중 25개 조합은 10년 넘게 청산을 마치지 못했다.

서울시 내 85개 미청산 조합 중 75개(청산인 무보수 조합 10개 제외)의 조합장 및 직원 월평균 급여는 440만원이었다.

서울 영등포 A재개발 조합의 경우 2020년 10월 입주를 마친 뒤 2021년 4월 해산하고도 2년 넘게 청산을 마무리하지 않으며, 조합장과 직원 1명에게 합쳐서 매월 1천300만원을 급여로 주고 있었다.

이런 문제를 고려해 개정 도시정비법은 조합 정관에 청산인의 보수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했다.

김영호 의원은 "청산연금 방지법 통과로 조합원들의 사적 재산인 청산 유보금이 투명하게 사용되기를 기대한다"며 "고의로 청산을 지연하며 조합원과 입주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부도덕한 청산 조합은 고발 등 강력한 법적 제재로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 도시정비법에는 사업시행자가 시공자 선정 전 조합원 전체를 대상으로 합동설명회를 두 차례 이상 의무적으로 개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