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 "관방장관 사임 이례적…기시다 내각서 5번째 '불상사 퇴진'"
자민당 아베파 핵심 실세들도 비자금 연루 혐의…"정권에 타격" 분석
"기시다, '비자금 의혹' 관방장관 경질할 듯…소규모 개각 검토"(종합)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비자금 조성 의혹에 휩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을 사실상 경질한다는 방침을 굳혔다고 현지 언론이 9일 보도했다.

아울러 비자금 의혹이 제기된 집권 자민당 고위 인사의 낙마설도 불거지면서 기시다 총리가 연내에 소규모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정부 대변인이자 실세 각료로 꼽히는 마쓰노 장관의 비자금 관련 의혹이 정계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자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후임자 물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관방장관 사임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2000년 10월과 2004년 5월에 각각 여성 문제와 연금 보험료 미납으로 당시 관방장관이 물러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마쓰노 장관이 사퇴하면 2021년 10월 출범한 기시다 내각에서 불상사 등으로 사임하는 5번째 각료가 된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내각 발족 당시부터 자리를 지킨 마쓰노 관방장관의 교체는 정권 운영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고, 지지율이 '퇴진 위기' 수준까지 떨어진 기시다 총리에게도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요미우리는 짚었다.

그럼에도 기시다 총리가 경질 방침을 정한 배경에는 마쓰노 장관이 속한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정식 명칭 '세이와정책연구회')의 비자금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파는 2018∼2022년에 정치자금 모금 행사인 이른바 '파티'를 주최하면서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매한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 자금을 돌려줬지만, 이를 회계 처리에 공식적으로 반영하지 않고 비자금으로 활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2019년 9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아베파에서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을 맡았던 마쓰노 장관에 대해서는 최근 5년간 1천만엔(약 9천100만원) 이상의 비자금을 받고,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는 최근 정례 기자회견과 국회에서 비자금 의혹과 관련된 질의를 집중적으로 받았지만, 명확하고 상세한 해명을 거부한 채 관방장관 직무를 계속해서 수행하고자 한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마쓰노 장관은 전날에도 "답변을 삼가고자 한다", "적절하게 대응하고자 한다"는 식의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해 비판받았다.

이처럼 성실하게 설명하지 않는 마쓰노 장관의 태도에 자민당 내에서도 사임론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비자금 조성 의혹이 마쓰노 장관뿐만 아니라 아베파의 다른 실세들에게도 불거졌다는 점이다.

시오노야 류 아베파 좌장, 다카기 쓰요시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 세코 히로시게 참의원(상원) 간사장,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도 각각 적게는 100만엔(약 910만원), 많게는 1천만엔 이상의 비자금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보도했다.

비자금 조성에 연루된 의원이 이들을 포함해 10명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고 현지 공영방송 NHK는 전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자민당은 이들 가운데 다카기 위원장의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자민당 요직과 각료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기시다 총리가 분위기 쇄신을 위해 대규모 개각과 자민당 인사를 단행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자민당 소속 각료 경험자가 내각 지지율이 낮아 중의원(하원) 조기 해산이 어렵다면 개각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는 분석을 내놨다고 덧붙였다.

산케이도 "기시다 정권 내에서 연내 소규모 개각론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