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선 여객, 코로나19 이전보다 78%↑…"엔저에 한국 고물가 체감"
"의사소통·이동거리 등은 국내여행 이점…바가지요금 근절해야" 목소리도
"고물가 피해 차라리 동남아·일본 여행 갈래요"
인천에 사는 곽모(29)씨는 지난달 어머니와 4박 5일 일정으로 베트남 나트랑, 달랏 여행을 갔다가 저렴한 물가에 새삼 놀랐다.

곽씨는 "마트에서 식료품을 카트 가득 채워 샀는데도 한국 돈으로 5만원 정도가 들었다.

장보고 나오던 다른 한국인 가족도 영수증을 보면서 '와, 여기 살고 싶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국내 식료품비와 외식비, 의류비 등 생활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여행을 가더라도 국내 관광지보다는 동남아 국가나 일본 등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해외로 떠나겠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8일 국토교통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올해 10월 국제선 여객 수는 659만3천명(출발+도착)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0월(735만2천명)의 90%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일본 노선 이용객은 186만명으로 2019년 10월(104만7천명)보다 78% 급증했다.

한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동남아 국가인 베트남 노선 이용객은 78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91%, 태국(36만6천명)은 84%의 회복률을 나타냈다.

곽씨는 "요새 국내에서는 점심값 한 끼도 부담스럽고 제주도 같은 관광지에서는 라테 한잔에 만원 가까이 나가기도 한다"며 "베트남에서는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둘이 음식에 맥주까지 시켰는데도 2만원 정도가 들어서 부담 없이 여행하고 왔다"고 전했다.

최근 겨울 휴가로 베트남 푸꾸옥에 다녀온 직장인 오모(33)씨 역시 "식사 한 끼가 2천원 정도로 밥값이 적게 들 뿐 아니라 같은 가격에 국내보다 훨씬 좋은 호텔에 묵었다"며 "올해 휴가로 베트남과 제주도를 다녀와 본 결과 내년 휴가도 동남아로 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고물가 피해 차라리 동남아·일본 여행 갈래요"
애초 국내보다 물가가 저렴한 동남아 국가뿐 아니라 역대급 엔저(엔화 약세) 행렬이 이어지면서 가까운 일본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원/엔 환율은 최근 100엔당 860원대로 내려앉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가족들과 나흘 일정으로 일본 삿포로를 여행하고 온 직장인 이모(28)씨는 "한국의 고물가 상황을 새삼 체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온천 마을로 유명한 관광지에 갔는데도 대부분 식당에서 1인당 우리 돈 1만원 언저리에 밥을 먹을 수 있었다"며 "강남이나 광화문처럼 한 끼에 1만5천원을 넘는 곳은 잘 안 보이더라"고 전했다.

직장인 김모(29)씨는 "장거리 여행은 싫어서 제주도와 일본을 놓고 고민하다가 일본은 밥값도 싸고 유명 브랜드도 국내보다 저렴하다길래 일본에 가기로 결심했다"며 "국내는 옷값이 너무 비싸서 쇼핑을 자제하고 있었는데 간 김에 쇼핑도 하고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74(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3% 올라 4개월 연속 3%대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처럼 고물가가 이어져 국내 관광지의 상대적 경쟁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여행객들을 붙잡으려면 곳곳에서 논란이 불거지는 바가지요금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모(40)씨는 "편한 의사소통과 짧은 이동 거리, 입에 맞는 음식 등은 국내 여행의 이점"이라며 "고물가에 휴가철 바가지요금까지 겹쳐 해외여행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일부 소상공인이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여행객들을 대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