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기부자 권송성 회장 인터뷰…"북한주민 마음 얻어야 평화통일"
'민간기탁 취지대로 집행' 법안, 법사위 상정 앞둬
"'무기로 돌아올라' 남북협력에 냉담…기부 뜻 살려 쓰여야"
"홍시 단물만 쪽 빨아 먹고 껍데기를 던져버리듯이 북한이 우리 도움을 받으면서도 전쟁 준비에 몰두하니까 실향민조차도 남북협력에 냉담할 수밖에요"
그동안 남북협력기금에 네 차례 총 4천200만원가량을 기탁한 권송성(81) 아태산업개발주식회사 회장은 지난 5일 강남의 개인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며 얼어붙은 남북관계와 남북협력에 냉소적인 여론에 내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권 회장은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청와대를 통해 1천만원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2002년과 2018년에 각 1천만원을, 작년에는 25년간 몸에 지녔던 금시계와 금반지를 팔아 1천180만원을 남북협력기금에 기탁했다.

권 회장은 "처음엔 남북 정상이 드디어 만난다니까 국민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회담에 경비로 쓰라는 마음이었고, 2002년과 2018년에는 남북 철도를 연결하고 보강한다고 해서 돌덩이 하나, 모래 한 줌 보태야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작년 12월에는 꽁꽁 언 남북관계가 조금이라도 풀리길 바라는 뜻에서 네 번째 기부에 나섰다.

1992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남북협력기금의 민간 출연은 총 89건(약 28억5천만원)이고 그중 4건이 권 회장의 기부다.

2018년 이후 지난 5년간 개인 기부는 2건뿐이었는데 모두 권 회장이었다.

2000·2002년 기탁금은 넓게 보면 그 취지대로 쓰였다고 해석할 수 있겠지만 2018년과 지난해에는 남북관계 경색 등으로 권 회장의 뜻을 살리지 못하고 모두 기금에 흡수돼버렸다.

이는 민간 출연금이 기탁된 그해 집행되지 않으면 기금수입으로 처리돼 전체 기금에 통합되도록 한 남북협력기금법상 규정 때문이다.

권 회장은 "정부가 알아서 쓰겠거니 하지 내가 이러쿵저러쿵할 생각은 안 했다"면서도 "'북한 무기 개발에 쓰일까' 하는 남북협력기금에 부정적인 시선을 생각하면 돈이 기부자 뜻대로 쓰이게 제도가 바뀌면 여론도 나아지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정부도 이러한 인식에 공감해, 남북관계 탓에 민간 기탁금이 당장 집행되지 못하더라도 기탁 취지를 유지하며 적립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지난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까지 통과해 7일로 예정된 법제사법위원회 상정을 앞뒀다.

법 개정이 완료되면 민간 기탁금은 그 취지에 맞는 교류협력사업을 전개할 여건이 될 때까지 적립된다.

권 회장은 남북협력기금법이 순조롭게 국회를 통과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돈이 아니라 쌀이나 다른 식량으로 지원하고, 먹고 살기 힘든 북한 주민들에게 돌아가게끔 한다면 남북협력 사업에 불신도 점차 해소되고 참여하려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북한이 여러 번 우리 뒤통수를 쳤기 때문에 남북협력에 여론이 좋을 수 없다"면서도 "그렇더라도 우리의 동포애가 진실하고 간절하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이 느끼게 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결국 평화통일로 가는 길"이라며 남북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무기로 돌아올라' 남북협력에 냉담…기부 뜻 살려 쓰여야"
권 회장이 남북교류협력에 '진심'인 모습에서 진보 진영 지지자로 보일 수도 있지만 1990년대 후반 육영재단 이사를 역임하는 등 좌우 어느 한 진영의 추종자는 아니라는 게 본인의 평가다.

인터뷰가 진행된 사무실 벽에는 역대 대통령의 사진 또는 초상화가 모두 걸려 있었다.

지난해 기부 때에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는 '고종의 숨겨진 딸'로 세간에 알려진 이문용(1900~1987) 여사를 양어머니로 모셨다고 소개하면서, '언제나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라'는 양어머니의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남북협력에 관심을 쏟게 됐다고 했다.

권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악조건에서도 결단을 내리면 밀고 나가는 단호한 성격이어서 남북관계도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재 남북관계가 매우 어렵지만 해빙의 시기가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