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소설가] 성직자의 길 대신 소설가의 길 택해…이승우
“집은 마지막에 있었다. 마지막은 끝. 끝은 일의 결국을 이르는 말이니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다. 끝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끝에 이르기 전까지는 무언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끝에 이르러서는 무엇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없어지는 것이 끝이다.”

소설가 이승우의 신작 소설집 <목소리들>이 나왔다. 수록작 ‘공가(空家)’에 나오는 이 문장은 말장난 같다. ‘끝’이란 단어를 놓고 그 의미를 조금씩 다른 문장으로 변주해 되풀이한다. 말장난 같지만 묘한 매력이 있다. 일상에서 별생각 없이 쓰는 이 단어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한다. 이승우의 소설은 이런 식이다. 이청준의 뒤를 잇는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관념적이고, 심리 분석적인 소설을 쓴다. 이를 통해 탐구하는 건 바로 인간이다.

그는 195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세상을 떴다. 이런 결핍을 그는 기독교라는 종교를 통해 채웠다. 서울신학대를 졸업했고,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을 다니다가 중퇴했다. 신학 공부를 중간에 그만둔 건 소설 때문이었다. 그는 대학생이던 1981년 중편 ‘에릭직톤의 초상’으로 소설가로 등단했다. 이후 점점 더 소설 쓰기에 전념하면서 성직자 대신 소설가로 진로를 정하게 됐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