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상업화 성공사례 없어…지나친 낙관론 경계 목소리도
'中 희토류 무기화 우려' 서방 스타트업 친환경 정제 시도
미중 갈등으로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서방 스타트업들이 환경오염이 심한 기존 방식 대신 친환경 정제 기술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 보도했다.

기존 희토류 추출법은 유해 화학물질 용액에 광석을 넣고 유용한 물질을 분리해내 식인데, 이 과정에서 많은 오염물질이 배출되다 보니 그동안 선진국들이 해당 공정을 개발도상국으로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전 세계 희토류 정제능력에서 중국 비중은 87% 정도다.

로이터에 따르면 북미지역 업체 유코어(Ucore) 희금속은 기존 용매추출법보다 최소 3배 빠르고 오염물질 배출은 적은 이른바 '래피트SX' 기술을 이용해 2025년 중반까지 희토류를 정제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2006년 설립된 이 업체는 당초 알래스카 지방에서 희토류를 채굴할 계획이었지만 채굴보다 정제에 집중하기로 지난해 사업 방향을 변경했으며, 북미 희토류 공급망을 재건하고자 한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이 업체는 미 국방부의 자금 지원 하에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며, 희토류 농축물을 공급받기 위해 17개 채굴업체와 논의하고 있다.

다른 업체인 레인보우 희토류는 미국 협력사 K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정제 기술을 활용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2026년까지 희토류 정제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노르웨이 업체 리테크(REETec)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0% 줄인 자체 기술로 내년 말까지 정제를 시작하겠다는 목표다.

캐나다 남서부 서스캐처원의 서스캐처원연구회(SRC)는 지방정부 지원 아래 신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며,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공장 가동에 필요한 인력을 기존 100명에서 4명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업체는 내년 말 공장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 애리조나대 이저벨 바턴 교수는 "기존 희토류 정제과정은 끔찍하다"면서 "새로운 정제방법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많은 기업이 이를 약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희토류 업계 컨설턴트·학자·기업인 등 약 20명을 인터뷰한 결과에 따르면 2025년까지 새로운 희토류 처리기술이 나올 경우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유해 화학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한편 희토류에 대한 프리미엄 가격 부과도 가능할 전망이라는 게 로이터 설명이다.

다만 이들 기업 가운데 신기술을 적용해 상업적 규모의 희토류 정제에 나선 경우는 없으며, 조만간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회의론도 존재한다.

신기술에 대한 시장과 기업들의 기대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광물업계 컨설턴트인 프랭크 패넌은 새로운 정제 기술 개발에 예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면서, 수년 내 개발 가능하다는 전망 때문에 정책결정자들이 오판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희토류는 반도체·스마트폰·스텔스전투기 등 첨단제품 생산에 필수적이다.

미국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3분의 1 정도가 중국에 있고 중국이 세계 희토류 공급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중국의 무기화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평가다.

중국은 올해 갈륨·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한 데 최근에는 2021년 국내에 대란을 불러온 바 있는 요소수 수출 제한에도 다시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