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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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섭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사진)이 지난달 30일 대통령실 경제수석에 임명됐다. 지난 4월 금통위원에 취임한지 7개월만에 자리를 옮기면서 '최단기 금통위원'이 됐다. 현재의 금통위 체제가 정립된 후 임명된 42명의 금통위원(한은 부총재 제외) 중 임기를 채우지 않은 것은 박 수석 등 약 6명이다.

금융통화위원회의 대표적인 책무는 한국의 기준금리 결정이다. 금리를 높일지 낮출지, 동결할지를 정한다. 한은이 금융기관 등에 제공하는 긴급 자금 지원 등도 금통위 의결 사항이다.

금통위원은 총 7명으로 구성된다. 한은 총재가 의장을 맡고, 부총재가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다른 5명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은행연합회가 추천한 민간 위원으로 꾸려진다. 금통위원 임기는 4년이다. 상근직으로 한은에 출근해 국별로 올리는 보고서를 검토하고 경제 상황을 파악한다. 연봉은 약 3억5000만원이며, 차관급 예우를 받는다. 박 수석은 지난 4월 금융위 추천으로 금통위원이 됐다.
11월30일 금융통화위원회. 박춘섭 위원(오른쪽 두번째)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 경제수석에 임명됐다.  /한국은행 제공
11월30일 금융통화위원회. 박춘섭 위원(오른쪽 두번째)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 경제수석에 임명됐다. /한국은행 제공
한은 총재가 금통위 의장을 맡아 현재의 체제를 갖춘 1998년 이후 임기 만료 이전에 퇴임한 사례는 총 6차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2002년 4월 취임한 김병일 위원은 2003년 12월31일까지 약 1년 8개월간 금통위원으로 일한 후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이동했다. 2016년 4월 취임한 고승범 위원은 2020년 4월까지 첫 임기를 마친 후 연임해 새 임기를 시작한지 1년 4개월만에 금융위원장에 임명됐다.

강영주 위원은 2002년 증권거래소 사장에 선임되며 2000년 4월 부터 시작한 임기의 절반만 채웠다. 이성남 위원은 2004년 4월부터 3년11개월 간 재임했으나 2008년 총선 출마를 이유로 임기 한달을 남긴 그해 3월 퇴임했다. 그는 당시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1번을 받아 18대 국회의원이 됐다. 1999년 곽상경 위원이 취임 후 1년 2개월 만에 고려대 교수로 돌아간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정부 수장이나 공공기관 사장 등으로 이동했다.

최운열 위원은 2002년 4월부터 2003년 12월까지만 금통위원으로 일한 뒤 퇴임했지만 자리를 옮기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당시 한은법 개정으로 증권업협회의 금통위원 추천권이 사라지면서 위원직 자체가 없어진 탓이었다.

박 위원의 경제수석 이동을 두고 한은 안팎에서는 다양한 평가가 나온다. 공직사회 쪽에선 관료 출신 경제수석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교수출신 등에 비해 소통이 쉽고, 상황판단이 빠르기 때문이다.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기조와도 잘 맞는다는 평가다.

한은 내부에선 누구보다도 독립성이 필요한 금통위원이 가장 독립적이지 않은 자리인 대통령실 참모로 이동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짧은 임기만 수행한 것에 대해서는 잔여 임기가 많이 남아 후임자를 모시기에 오히려 낫다는 의견도 있다. 임기 만료 전 사퇴한 금통위원의 후임자는 해당 금통위원의 잔여 임기 동안만 재임하게 된다. 7개월만에 사퇴한 박 수석의 잔여임기는 2027년 4월까지다.

금융위원회가 박 수석 후임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 절차다. 기존 중도 퇴임자들의 사례를 보면 새 금통위원 선임까지 통상 한달정도 걸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음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열리는 내년 1월 11일 이전에는 후임자 인선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