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가 29일(현지시간) 미국 바하마의 올버니골프코스에서 열린 히어로월드챌린지 연습라운드 8번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타이거 우즈가 29일(현지시간) 미국 바하마의 올버니골프코스에서 열린 히어로월드챌린지 연습라운드 8번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8·미국)는 최근 기자들에게 다리를 절뚝이는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의 타이거우즈재단이 주최하는 히어로월드챌린지 회견장에서였다. 누가 봐도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지만 우즈는 거침없이 말했다. “(발목) 통증은 이제 사라졌다.” 다시 우승 경쟁이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당연하다”며 “(우승 경쟁이 어려울 때는) 미련 없이 떠나겠다”고 장담했다.

우즈는 자신감에 차 있었지만 골프계에서는 비관적인 반응이 흘러나왔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스윙은 준비된 것처럼 보이나 몸 상태가 불확실하다”고 평했다. 일부 골프팬은 “제대로 걷지도 못하니 우승 경쟁은 고사하고 72홀까지 걷지도 못할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우즈의 전 캐디 조 라카바 정도가 “우즈는 여전히 멀리 칠 힘과 스윙 스피드를 갖고 있다”며 “카트만 탈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우승을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우즈 '집념의 컴백'…스윙하려 나사로 발목 뼈까지 고정
‘호랑이’는 지난 4월 마스터스 이후 7개월 만에 다시 풀숲으로 들어선다. 12월 1일(한국시간) 미국 바하마 올버니골프코스에서 개막하는 히어로월드챌린지가 우즈의 재기 여부를 가늠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그가 20명의 선수를 초청해 4라운드 72홀 스트로크 방식으로 여는 이벤트 대회다. 세계 톱랭커들이 출전하기 때문에 공식 대회가 아닌데도 세계랭킹 포인트가 걸려 있다. 선수들은 카트를 탈 수 없다. 우즈도 마찬가지다.

우즈는 이 대회를 시작으로 다시 한번 스포츠 역사에 남을 ‘위대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그는 연골이 다 닳은 왼쪽 무릎으로 2008년 US오픈을 제패했고, 네 번의 허리 수술 뒤에 2019년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제패했다.

우즈의 발목 상태는 대회 기자회견을 통해 정확히 알려졌다. 우즈는 지난 4월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기권하고 ‘거골하 관절 유합술’을 받았다. 다리와 발을 연결하는 부위인 거골하 관절은 발목의 움직임과 관계가 있다. 우즈의 거골하 관절은 2021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염증이 생겼다. 주변 뼈들이 서로 부딪치면서 통증을 느꼈다고 한다.

의사는 우즈에게 뼈를 이식하는 방식과 유합술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유합술은 관절의 뼈들을 못으로 고정하는 것이다. 뼈에 못을 박아 단단히 고정하는 만큼 수술 후 통증은 없으나 발목의 가동 범위가 극도로 제한된다. 완치 후에도 정상적인 걸음이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우즈가 기자회견장에서 발을 절뚝인 이유다.

우즈가 유합술을 선택한 배경은 수술 후 골프채를 다시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니얼 볼 미국 정형외과 전문의는 “충분한 휴식과 안정만 취한다면 우즈가 예전의 힘으로 스윙하고 경기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나의 경험으로 비춰보면 골프 프로 무대에 완벽하게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즈는 대회를 하루 앞두고 열린 프로암 일정을 갑자기 단축하는 등 복귀전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대회를 하루 앞둔 30일 스폰서인 인도 히어로모터그룹의 파완 문잘 회장과 18홀을 도는 프로암을 계획했다가 9개 홀만 돈 뒤 코스를 떠났다. 우즈의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인 롭 맥너마라는 “우즈의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며 “72홀 경기를 해야 하는 우즈가 대회에 더 집중하고 싶어 했다”고 해명했다. 미국 매체들은 “우즈가 프로암을 하는 동안 다리를 약간 절기는 했지만 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다”고 전했다.

다만 우즈는 고민거리가 하나 있다. 그의 복귀를 도와줄 ‘전문 캐디’가 여전히 정해지지 않아서다. 이번 대회의 캐디는 일단 친구이자 동업자인 맥너마라에게 맡겼다. 고교 시절 우즈와 함께 골프 선수로 뛰며 친구가 됐다. 맥너마라는 우즈가 차린 TGR벤처스에서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우즈 스윙을 봐주는 코치 역할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너마라는 전문 캐디로도 손색이 없어 보이지만 맡은 일이 너무 많다.

우즈는 그동안 캐디를 고를 때 항상 까다로웠다. 우즈는 PGA투어에서 27년간 뛰는 동안 딱 네 명의 캐디를 썼다. 잠깐 골프백을 멘 친구 바이런 벨을 제외하면 ‘전속 캐디’는 마이크 코완, 스티브 윌리엄스, 조 라카바 등 세 명이 전부였다. 올해 초까지 우즈를 도운 라카바는 우즈에게 허락받은 뒤 지금은 패트릭 캔틀레이(32·미국)의 백을 메고 있다. 우즈는 전담 캐디 고용 계획을 묻는 말에 “아직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