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회장과 함께 40년 이상 벅셔해서웨이를 이끌어온 찰리 멍거 부회장이 28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9세.멍거 부회장은 버핏 회장과 함께 반평생 투자 철학을 공유해온 친구이자 버핏 회장 못지않은 투자 성과를 낸 월가 최고의 전략가로 불렸다. 버핏 회장도 ‘영혼의 단짝’인 멍거 부회장을 보내며 “찰리의 영감과 지혜, 참여가 아니었다면 벅셔해서웨이는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함을 나타냈다. ○변호사에서 투자자로 변신벅셔해서웨이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멍거 부회장이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병원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임종을 맞았다”고 밝혔다. 멍거 부회장은 1924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태어났다. 미시간대를 중퇴한 뒤 2차 세계대전 때 공군 장교로 복무했다. 이후 하버드대 로스쿨에 진학해 1948년 졸업했다.둘의 인연은 1959년 지역 사교 모임인 오마하클럽에서 시작됐다. 둘은 버핏 회장의 스승이자 ‘가치 투자의 아버지’라고 불린 벤저민 그레이엄의 사상을 공유했다. 버핏 회장은 멍거 부회장에게 “부자가 되려면 변호사업보다는 투자가 빠른 길”이라고 조언했다. 이는 1965년 멍거 부회장이 변호사에서 전업 투자자로 변신하는 계기가 됐다. 멍거 부회장은 1976년 벅셔해서웨이에 정식으로 합류했다. 버핏이 벅셔해서웨이 회장으로 취임한 지 1년 만이었다. ○가치 투자의 대가로 인정버핏 회장은 투자 초기 남들이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같이 소외된 저평가 주식을 매수해 차익을 거두는 전략을 취했다. 멍거 부회장은 버핏 회장의 투자 전략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그는 버핏 회장에게 “평범한 기업을 환상적인(싼) 값에 사려고 생각하지 말고 환상적인 기업을 찾아 제값에 사라”고 조언했다. 멍거 부회장의 조언을 받아들인 버핏 회장은 1972년 고급 초콜릿 기업 시즈캔디를 순자산의 세 배 가격을 감수하고 인수한 뒤 큰 수익을 낸 것을 시작으로 우량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방식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의기투합한 두 사람의 투자 철학이 성과를 낸 대표적인 사례가 코카콜라다. 벅셔해서웨이가 코카콜라를 매수하기 시작한 1988년 코카콜라 주가수익비율(PER)은 18배로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버핏 회장과 멍거 부회장은 코카콜라의 장기 전망에 비춰봤을 때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코카콜라 투자로 벅셔해서웨이가 지난 35년간 거둔 수익률은 2232%로 추정된다.멍거 부회장은 늘 성실성과 겸손함을 갖추려고 노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는 투자 종목을 처음엔 일부러 과대평가한 뒤 다시 과소평가하면서 중간 가치를 찾으려 했다. 멍거 부회장은 “오랜 시간 공들여 세운 생각을 파괴할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며 “실수를 인정해야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멍거 부회장은 26억달러(약 3조3600억원)의 재산을 남겼다. 결혼 9년 만에 이혼한 첫 번째 부인 낸시 허긴스와의 사이에 세 명의 자녀를 뒀다. 2010년 사별한 두 번째 부인 낸시 배리와는 네 명의 자녀와 양아들 두 명을 뒀다.김인엽 기자/워싱턴=정인설 특파원 inside@hankyung.com
금융위원회가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박정림 KB증권 사장과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에게 중징계를 결정했다.금융위는 29일 정례회의를 열고 라임·옵티머스 불완전판매 관련 최고경영자(CEO) 최종 징계 수위를 논의했다고 밝혔다.금융위는 박정림 사장에게 금융감독원의 문책경고보다 수위가 높은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금융위가 직무정지라는 초강경 처분을 의결하면서 박 사장은 올해 말까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게 됐다.금융위는 KB증권의 경우 다른 금융회사와 달리 펀드의 판매뿐 아니라 라임관련 펀드에 TRS(Total Return Swap) 거래를 통해 레버리지 자금을 제공하는 등 펀드의 핵심 투자구조를 형성하고 관련 거래를 확대시키는 과정에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를 실효성 있게 통제할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만큼 임원에 대해 중한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정영채 사장은 문책경고 조치가 확정됐다. 정 사장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정 사장 역시 추가 연임은 불가능하게 됐다.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은 문책경고보다 한 단계 낮은 조치인 주의적 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금융위의 결정에 대해 내부적으로 향후 대응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금융회사 임원 제재 수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나뉘어진다. 문책경고 이상을 받은 금융회사 임원은 3~5년간 금융회사 취업이 제한된다.업계에서는 금융위 최종 제재 결정 이후 행정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도 금융당국 문책경고 징계를 받고 행정소송을 진행한 바 있기 때문이다.앞서 금감원은 2020년 11월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열고 박 사장, 양 부회장에게 '문책경고', 2021년 3월 정 사장에게도 '문책경고' 제재를 내렸다.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김미경 허경무 김정곤 부장판사)는 29일 선고공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 전 시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하명 수사'에 나선 혐의로 기소된 황 의원도 총 3년이 선고됐다. 공직선거법 분리 선고 규정에 따라 선거법 위반 혐의에는 징역 2년 6개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는 6개월이 선고됐다.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에게도 총 징역 3년이 선고됐다.하명 수사에 개입한 혐의를 받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징역 2년,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받은 송 전 시장과 황 의원, 송 전 부시장과 백 전 비서관은 "증거인멸이나 도망 우려는 없다고 봐 법정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재판부는 "경찰 조직과 대통령 비서실의 공적기능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해 투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선거개입 행위는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엄중한 처벌로 다시는 이런 일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공익사유가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이어 "송 전 시장과 송 전 부시장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비위를 황 의원에게 전달해 수사를 청탁한 점이 인정된다"며 "송 전 부시장은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송 전 시장은 그 정보를 황 의원에게 전달했고, 황 의원은 김 전 시장의 측근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재판부는 "송 전 시장과 황 의원, 백 전 비서관, 박 전 비서관은 순차 공모해 차기 시장에 출마 예정인 김 전 시장의 측근을 수사하게 함으로써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전부 유죄로 판단했다.재판부는 다만 송 전 시장 경쟁자에 대한 경선 포기 권유 혐의를 받은 한 의원에게는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울산시장 선거 개입'은 2018년 지방선거 전 청와대가 문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송 전 시장의 당선을 돕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의혹을 받는 사건이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