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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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갖고 있는 주주들은 비중을 줄이시고 신규 진입하려던 분들은 당분간 건설주는 쳐다보지 마시길 권합니다." (증권사 한 연구원)

작년 하반기부터 고꾸라진 건설주가 일부 기업들을 중심으로 크게 반등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방향이 보다 뚜렷해지면서다. 건설업은 금리 인하의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하지만 '건설주가 혹한기를 끝냈는가'를 놓고서는 대부분의 증권가 전문가들이 고개를 내젓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200 건설지수는 이달 들어 14% 넘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인 9.14%도 크게 웃돈 것이다. 일부 종목들의 강한 반등이 그 배경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이달 들어서 1만1000원대에서 1만5000원대로 훌쩍 뛰었다. 상승률이 34%대다. 같은 기간 GS건설DL이앤씨도 각각 약 28%, 12% 올랐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으로 보인다. 내년 하반기 중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리 인상기 소외됐던 건설주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단 분석이 짙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이 가장 중시하는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이번 주 발표되는 가운데 2년래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추가 금리 인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매파'로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도 이날 추가 인상은 불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도 최근 우리나라를 찾아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거의 끝낸 상황"이라며 "성장과 금융안정에 주는 부정적 충격이 완만하게 나타나면서 연착륙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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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공매도 상환 물량의 유입도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주가가 크게 반등한 종목들은 실제로 공매도 잔고가 가파르게 줄고 있다. 공매도 금지 시행 직전일인 이달 3일 GS건설의 공매도 잔고 비율은 0.31%에서 지난 24일 기준 0.06%로 80%가량 급감했다. 이 기간 HDC현대산업개발도 0.53%에서 0.38%로, DL아이앤씨는 2.14%에서 1.66%로 줄었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GS건설 등 일부 건설주에 쇼트커버링(공매도했던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것) 현상이 나오면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30년 엑스포 개최지 선정 결과도 건설업에는 수혜일 수 있다. 간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119표를 얻어 최종 선정됐다. 우리나라 부산과 이탈리아 로마는 각각 29표, 17표를 획득해 고배를 마셨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사우디가 선정된 만큼 네옴신도시 관련 발주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어서 유관 기업들에서 더 뚜렷한 주가 반등이 나올 수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주가 반등이 추세적이라기보다는 단기 흐름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표적 금리 인하 피해주였던 건설주가 금리 인상 종료 신호 속에서 크게 올랐다. 또 연초부터 수급이 사실상 '빈 집'이었다가 최근 한 번에 수급이 쏠리면서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면서도 "오르고 있는 건설주들을 사기엔 위험한 상황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주요 근거로는 둔화세인 매매가를 들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전국 매매가는 0.02%로 18주 연속 상승을, 전세가는 0.11%로 17주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주택매매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보합'으로 온 데다 거래량이 부진하는 등 업황 분위기가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금리 인하 기대감만으로 투자심리가 먼저 반응한 것이지 업황 개선 신호가 포착되고 있진 않다. 더욱이 내년 금리가 내려가게 될 경우 이는 경기 둔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아직 건설주가 '바닥을 찍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며 "2025년에서야 주가가 모멘텀을 찾을 것으로 보여 보유자라면 비중을 꾸준히 줄여가길 권한다"고 밝혔다.

오기종 트로이투자일임 운용부문 대표도 "금리 인상기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며 내다팔았던 사람들이 바닥 시점을 추론하면서 건설주에 일부 들어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PF 문제가 아직도 수면 아래 있는 데다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으로 인한 반등세가 아니어서 관심 대상에선 제외해 둔 상태다. 가파른 하락 추세 자체는 멈춘 듯하지만 해결해야 할 악재들이 많은 만큼 섣불리 담는 건 위험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