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고위험 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 펀드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미국의 금리 인상이 정점을 찍었다는 판단이 확산되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품을 찾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수익 중위험 매력"…하이일드 펀드에 뭉칫돈

경기 침체 이후 수익률 빠르게 반등

28일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39개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5.23%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글로벌 채권펀드의 평균 수익률(1.72%)보다 3.51%포인트 높다. 미국 채권펀드의 경우 올해 수익률은 평균 -0.81%에 그쳤다. 최근 한 달간 수익률도 하이일드 채권이 3.47%로 신흥국 채권펀드(3.35%), 글로벌 채권펀드(2.15%)를 앞질렀다.

상품별로는 ‘피델리티아시아하이일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11.43%로 가장 높았다. ‘AB글로벌고수익’(6.43%), ‘TIGER단기선진국하이일드’(5.26%), ‘베어링글로벌하이일드’(4.73%), ‘하이미국달러하이일드’(4.44%) 등이 뒤를 이었다.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는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BB+ 이하)에 주로 투자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다양한 선순위 담보 하이일드 채권에 분산하는 전략이다. 일반 채권형 펀드보다 위험도는 높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하이일드 펀드 투자자가 늘어난 것은 과거 이 상품의 수익률이 경기 침체기 이후 빠르게 반등하는 경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도산하는 기업이 많아지면 당초 기대한 수익을 받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기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하이일드 펀드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이달 들어 17일까지 미국 회사채 펀드에는 164억달러(약 21조2400억원)가 순유입됐는데, 이 중 하이일드 펀드에 들어간 자금(114억달러)이 투자 등급 회사채 펀드(50억달러)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올 상반기 미국 중앙은행(Fed)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하이일드 펀드에서 지속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던 흐름과 대조적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들이 재무 건전성과 유동성을 보수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트렌드도 자금이 몰리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같은 신용등급을 지닌 기업이더라도 과거와 비교하면 투자 리스크가 낮아진 것이다.

유재흥 AB자산운용 파트장은 “최근 하이일드 채권의 높은 수익률과 낮은 가격은 투자자에게 매력적”이라며 “미국 하이일드 채권의 평균 가격은 90달러 미만으로 크게 낮아 극단적인 충격이 없는 한 추가 하락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경기 침체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취약한 CCC 등급 채권이나 경기 순환과 밀접한 기업 회사채에 투자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