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고민했던 '연인' 엔딩…끝없는 터널 지나는 기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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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사극 '연인' 연출한 김성용 감독…남궁민과 두 번째 호흡
"원래는 24부작으로 기획…분량 탓에 덜어낸 이야기도 많아" 능군리라는 작은 산골 마을에서 낙향한 사대부의 첫째 딸로 귀하게 자란 유길채(안은진 분)는 늘 자신감에 차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어느 사내든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정작 본인이 좋아하는 연준 도령(이학주)은 그의 뜻대로 따라주지를 않는다.
자꾸만 곁에서 알짱거리는 이장현(남궁민) 앞에서 속상함을 감추지 못 한 길채는 이렇게 말한다.
"난 그저 연모하는 이와 더불어 봄에는 함께 꽃구경하고 여름에는 냇물에 발 담그고, 가을에 담근 머루주를 겨울에 꺼내 마시면서 함께 늙어가길 바랄 뿐인데…." MBC 드라마 '연인' 연출을 맡은 김성용 감독은 "길채가 송추 할배 회혼례에서 말하는 바로 이 대사가 드라마를 관통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했다"고 짚었다.
드라마 종영을 기념해 지난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근처 한 카페에서 마주 앉은 김 감독은 "송추 할배와 이랑 역을 맡은 배우분들에게도 두 분의 이야기가 우리 작품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일 것이라고 말씀드렸었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나이 먹어가며 소소한 행복을 나누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우리 드라마의 정체성"이라고 되짚었다.
김 감독은 끝까지 엔딩을 고민했던 황진영 작가에게도 이 장면을 언급하며 해피 엔딩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고 한다.
그는 "대본을 다 써놓은 상황에서도 어떤 결말을 택할지 못 정해서 작가님께서 마지막까지 고민이 깊으셨다"고 전했다.
"작가님은 두 주인공의 서로 다른 가치관을 자주 강조하셨어요.
장현은 죽음을 불사하고도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는 사람이라면, 길채는 어떻게든 살아냄으로써 사랑을 지켜내는 사람이라고 얘기하셨거든요.
캐릭터의 가치관을 담아내는 엔딩으로 갈지, 해피엔딩으로 갈지 끝까지 고민을 거듭했죠." 첫 회 시청률 5.4%로 출발한 '연인'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힘을 얻어 자체 최고 시청률인 12.9%로 막을 내렸다.
2021년 방송됐던 '옷소매 붉은 끝동' 이후 MBC 최고 화제작으로 손꼽힌다.
김 감독은 "이렇게까지 뜨거운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야기가 워낙 힘 있고, 배우들의 연기가 탄탄했기 때문에 잘될 것이라는 자신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좋아해주셔서 놀랐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이런 긍정적인 반응을 좀 즐겼어야 했는데, 부담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파트2에서 초반에 쌓아올린 완성도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부담을 많이 느꼈다"고 털어놨다.
총 20부작이라는 긴 호흡의 작품을 연출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김 감독은 "막바지 한두 달은 끝나지 않는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었다"며 "초반의 완성도가 무너지지 않도록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애를 먹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처음에 작품을 맡게 됐을 때까지만 해도 총 24부작이었었다.
너무 길어지면 지루해질 수도 있다는 의견이 모여서 분량을 줄였는데, 방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기에는 되레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청나라에서 도망친 포로들이 조선으로 돌아와 정착하는 이야기, 능군리에 정착한 장현과 길채의 이야기, 옥사에 갇힌 량음의 서사 등을 풀어내고 초반에 뿌려놨던 '떡밥'을 회수할 시간이 있었다면 더 밀도 있고 풍성한 작품이 됐을 수 있겠다는 아쉬움이 남아요.
"
드라마 '화정'(2015)에서 첫 메인 연출을 맡은 김 감독은 2021년 '검은태양'에 이어 두 번째로 남궁민과 호흡을 맞췄다.
김 감독은 "'검은태양'을 찍던 중에 '연인' 대본을 받았다"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게 남궁민 선배님이었고, '선배님이라면 이렇게 하겠지?' 상상하면서 읽다 보니 더 재밌게 느껴졌다"고 되짚었다.
그는 "제안하는 게 부담이 될까 봐 망설이던 와중에 선배가 먼저 '다음 작품 준비 중인 게 있느냐'며 연락이 왔고, 대본을 받고 나서 3일 만에 '너무 하고 싶다'고 응해주셨다.
운명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매일 부대끼며 지낸 탓에 어제 꿈에도 나왔을 정도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고 했다.
"'연인'을 했으니 이제 그 어느 작품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못 할 게 없죠. (웃음) 근데 웃긴 건, '검은태양' 때도 똑같이 말했어요.
아마 저는 다음 작품에서도 똑같은 말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웃음)" /연합뉴스
"원래는 24부작으로 기획…분량 탓에 덜어낸 이야기도 많아" 능군리라는 작은 산골 마을에서 낙향한 사대부의 첫째 딸로 귀하게 자란 유길채(안은진 분)는 늘 자신감에 차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어느 사내든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정작 본인이 좋아하는 연준 도령(이학주)은 그의 뜻대로 따라주지를 않는다.
자꾸만 곁에서 알짱거리는 이장현(남궁민) 앞에서 속상함을 감추지 못 한 길채는 이렇게 말한다.
"난 그저 연모하는 이와 더불어 봄에는 함께 꽃구경하고 여름에는 냇물에 발 담그고, 가을에 담근 머루주를 겨울에 꺼내 마시면서 함께 늙어가길 바랄 뿐인데…." MBC 드라마 '연인' 연출을 맡은 김성용 감독은 "길채가 송추 할배 회혼례에서 말하는 바로 이 대사가 드라마를 관통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했다"고 짚었다.
드라마 종영을 기념해 지난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근처 한 카페에서 마주 앉은 김 감독은 "송추 할배와 이랑 역을 맡은 배우분들에게도 두 분의 이야기가 우리 작품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일 것이라고 말씀드렸었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나이 먹어가며 소소한 행복을 나누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우리 드라마의 정체성"이라고 되짚었다.
김 감독은 끝까지 엔딩을 고민했던 황진영 작가에게도 이 장면을 언급하며 해피 엔딩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고 한다.
그는 "대본을 다 써놓은 상황에서도 어떤 결말을 택할지 못 정해서 작가님께서 마지막까지 고민이 깊으셨다"고 전했다.
"작가님은 두 주인공의 서로 다른 가치관을 자주 강조하셨어요.
장현은 죽음을 불사하고도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는 사람이라면, 길채는 어떻게든 살아냄으로써 사랑을 지켜내는 사람이라고 얘기하셨거든요.
캐릭터의 가치관을 담아내는 엔딩으로 갈지, 해피엔딩으로 갈지 끝까지 고민을 거듭했죠." 첫 회 시청률 5.4%로 출발한 '연인'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힘을 얻어 자체 최고 시청률인 12.9%로 막을 내렸다.
2021년 방송됐던 '옷소매 붉은 끝동' 이후 MBC 최고 화제작으로 손꼽힌다.
김 감독은 "이렇게까지 뜨거운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야기가 워낙 힘 있고, 배우들의 연기가 탄탄했기 때문에 잘될 것이라는 자신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좋아해주셔서 놀랐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이런 긍정적인 반응을 좀 즐겼어야 했는데, 부담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파트2에서 초반에 쌓아올린 완성도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부담을 많이 느꼈다"고 털어놨다.
총 20부작이라는 긴 호흡의 작품을 연출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김 감독은 "막바지 한두 달은 끝나지 않는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었다"며 "초반의 완성도가 무너지지 않도록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애를 먹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처음에 작품을 맡게 됐을 때까지만 해도 총 24부작이었었다.
너무 길어지면 지루해질 수도 있다는 의견이 모여서 분량을 줄였는데, 방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기에는 되레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청나라에서 도망친 포로들이 조선으로 돌아와 정착하는 이야기, 능군리에 정착한 장현과 길채의 이야기, 옥사에 갇힌 량음의 서사 등을 풀어내고 초반에 뿌려놨던 '떡밥'을 회수할 시간이 있었다면 더 밀도 있고 풍성한 작품이 됐을 수 있겠다는 아쉬움이 남아요.
"
드라마 '화정'(2015)에서 첫 메인 연출을 맡은 김 감독은 2021년 '검은태양'에 이어 두 번째로 남궁민과 호흡을 맞췄다.
김 감독은 "'검은태양'을 찍던 중에 '연인' 대본을 받았다"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게 남궁민 선배님이었고, '선배님이라면 이렇게 하겠지?' 상상하면서 읽다 보니 더 재밌게 느껴졌다"고 되짚었다.
그는 "제안하는 게 부담이 될까 봐 망설이던 와중에 선배가 먼저 '다음 작품 준비 중인 게 있느냐'며 연락이 왔고, 대본을 받고 나서 3일 만에 '너무 하고 싶다'고 응해주셨다.
운명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매일 부대끼며 지낸 탓에 어제 꿈에도 나왔을 정도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고 했다.
"'연인'을 했으니 이제 그 어느 작품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못 할 게 없죠. (웃음) 근데 웃긴 건, '검은태양' 때도 똑같이 말했어요.
아마 저는 다음 작품에서도 똑같은 말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