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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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시장에 불고 있는 찬바람의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 골프용품 및 골프의류 시장이 확 쪼그라든 데 이어 ‘골프장 업황 지표’로 불리는 회원권 지수도 올해 처음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골프 수요 감소 여파로 퍼블릭 골프장 부킹이 쉬워지면서 회원권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늘어난 결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23일 국내 최대 골프장 회원권 거래소인 에이스회원권이 공개한 11월 ‘에이스피(ACEPI·골프장 회원권 종합지수)’ 평균 지수는 1314포인트로 집계됐다. 올해 고점을 찍은 지난달 1328포인트보다 14포인트 떨어져 올해 처음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다음달 1300포인트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골프의류·용품 이어 회원권 시장도 찬바람
전체 시세를 끌어내린 주범은 주로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5억원 이하 중저가 회원권이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법인이 사들이는 회원권은 ‘투자’ 성격이 짙고, 개인들이 매수하는 회원권은 ‘실수요’ 성격이 있다고 본다. 이현균 에이스회원권 본부장은 “골프 비수기인 11월에는 회원권 매물이 늘고 ‘저점 매수’를 노리는 매수도 늘어난다”며 “지금은 사용 빈도가 낮은 골프장 회원권을 중심으로 매수세보다는 매도세가 더 큰 편”이라고 말했다.

에이스회원권은 지난달 대비 가장 큰 낙폭을 보인 회원권 10개 중 9개가 3억원대 이하의 중저가 회원권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많이 떨어진 회원권은 강원 고성 파인리즈(주중)다. 지난달 대비 14.29% 떨어진 36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밖에 △자유CC(주중·주말) 2억9500만원(-11.9%) △청평마이다스(주중) 2억3000만원(-10.37%) △아시아나(주중가족) 1억6000만원(-7.22%) △프리스틴밸리 3억500만원(-6.38%) 등도 상당 폭 떨어졌다.

반면 가격이 오른 회원권 ‘톱10’ 중 6곳이 5억원 이상 회원권이었다. 경기 성남에 있는 남서울CC(여자 회원권)가 지난달 대비 3.81% 오른 5억4000만원에 거래된 걸 비롯해 △서원밸리 4억8000만원(3.26%) △비전힐스 19억5000만원(2.54%) △우정힐스 4억5500만원(1.77%) △레이크사이드 12억원(1.31%) △남촌 21억원(1.24%) 등이 상승세를 탔다. 한 회원권 거래 에이전트는 “골프시장이 꺾여도 프리미엄 골프장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란 예상에 5억원이 넘는 고가 회원권 가격은 오히려 올랐다”며 “골프 회원권 시장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부킹이 쉬운 지방 골프장들은 회원권 하락 움직임의 직격탄을 맞았다. 에이스회원권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2억5105만원에 거래되던 영남권 골프장의 회원권 평균가는 이달 2억4883만원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평균 1억3554만원이던 제주도 평균 회원권 가격도 이달 들어 1억3463만원으로 내려갔다.

전문가들은 침체된 골프산업 시장에 따라 회원권 가격 하락 움직임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골프장 부킹 수요의 선행지표 격인 골프용품 매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는 이유에서다. 한 골프용품업체 관계자는 “대다수 업체 매출이 작년보다 20~30% 떨어졌다”며 “골프의류시장은 사실상 초토화됐다”고 전했다.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정점을 찍었다고 보고 시세차익을 거두려는 ‘피크 아웃’ 매물이 늘어나는 점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고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자산(회원권) 매각에 나서는 기업과 개인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회원권 시세를 흔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가격이 크게 오른 지방 골프장 회원권을 중심으로 상당 기간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중저가 회원권 매물이 소진되고 연말에 법인 매수세가 붙으면 생각보다 빨리 회원권 시세가 회복될 수도 있다”고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