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급 군단급 무인기 MDL 일대서 北장사정포 등 감시 비행 가능
'MDL이북 깜깜' 대북정찰 족쇄 풀려…최전방 공세작전 가능(종합)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서로 묶인 군사분계선(MDL) 인근 대북정찰을 정상화하면서 최전방에서 장사정포 감시와 공세적 작전이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22일 북한 정찰위성 발사 대응 조치로 9·19 남북군사합의서 1조 3항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이 조항은 고정익 항공기의 경우 동부지역은 MDL로부터 40km, 서부지역은 20km까지 비행금지구역으로 했다.

회전익 항공기는 MDL로부터 10km, 무인기는 동부지역에서 15km, 서부지역에서 10km, 기구는 25km로 각각 제한했다.

이 조항에 따라 군은 MDL 근처에서 대북정찰 작전을 할 수 없었고, 이북지역에 대한 감시 공백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군 주요 직위자와 지휘관들이 헬기를 타고 전방 부대를 순찰하러 갈 때 비행금지구역 밖에서 내려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애초 2018년 군사합의서 체결 당시에는 북한의 정찰기 전력이 한국과 주한미군 전력보다 뒤처져 우리 쪽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군은 금강 정찰기와 RF-16 정찰기(이상 영상정보 수집), 백두 정찰기(신호정보 수집)를 운용 중이다.

금강·RF-16 정찰기는 비행금지구역 남측 상공에서 비행하면서도 북한의 남포에서 함흥을 연결하는 지역까지 영상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북한 전역에서 특정 주파수로 오가는 무선통신 탐지 능력을 갖춘 백두정찰기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에 비해 북한은 주로 소형 무인기 위주로 대남정찰 작전을 펼쳤고, 남측지역에 소형 무인기를 직접 침투시켜 핵심 목표물을 촬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9·19 군사합의로 북한의 대남 정찰은 어려워지는데, 우린 이에 구애받지 않고 정찰을 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문제는 무인기였다.

군은 9·19 조항에 따라 군단급 무인기(송골매)와 사단급 무인기가 MDL 근처로 뜨지 못해 MDL 이북 지역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졌고 이는 전반적으로 작전 제약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송골매는 길이 4.8m, 폭 6.4m로 최고속도는 시속 185㎞에 달한다.

한 번 뜨면 4.5㎞ 상공에서 6시간 운용할 수 있고, 작전 반경은 110㎞에 이른다.

북한군 병력과 시설, 장비 등 고정 및 이동표적에 대해 주야간, 실시간 영상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사단급 무인기는 대한항공이 개발한 KUS9 기체를 군용규격 150㎏의 중량으로 제작했다.

최저 시속 90㎞로 순항 비행할 수 있고, 작전 반경은 60㎞에 이른다.

트레일러 차량에서 사출시켜 그물망으로 회수하며, 사단 작전구역 안의 이상 징후나 포병 목표물 획득에 사용된다.

고도 4㎞에서 8시간 운용할 수 있다.

리모아이-006은 주간에 10배까지 '줌인(zoom-in)' 되는 13만 화소의 정찰 카메라를 탑재하고 야간에는 적외선(IR) 카메라로 바꿔 작전할 수 있다.

9·19 합의서의 비행금지구역 조항이 효력 정지되면서 우리 군의 MDL 일대 대북정찰 작전과 비행 훈련이 정상화된다.

수도권 지역을 위협하는 북한군 장사정포 움직임도 감시할 수 있게 됐다.

주한미군이 운용 중인 가드레일(RC-12X), 크레이지호크(EO-5C) 등 정찰자산도 MDL 일대 비행이 가능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단, 사단급 UAV가 비행금지구역 때문에 뒤로 나와서 작전을 수행해야 했고, 이에 따른 감시가 이뤄지지 않는 차폐 지역들이 있었다"며 "앞으로 이들 무인기가 전진하여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전략무인정찰기를 개발해 시험 비행까지 한 상황이어서 'MDL 정찰비행 금지' 조항은 의미가 없어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7월 '무장장비전시회-2023' 행사장과 열병식에서 전략무인정찰기 '샛별-4형'과 공격형무인기 '샛별-9형'을 처음 공개했다.

이들 무인기는 각각 미국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호크', 무인공격기 'MQ-9 리퍼'와 외형이 거의 똑같았다.

북한은 실제 이들 무인항공기가 비행하는 장면도 공개한 바 있다.

글로벌호크와 같은 정찰기는 20㎞ 상공에서 정찰이 가능해 MDL 인근에서의 정찰비행 금지가 더는 의미가 없어졌다고 군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정찰자산은 9·19 합의상 비행금지구역 때문에 가진 능력도 사용할 수 없었다"며 "반면 북한은 원래 없던 능력도 만들어서 강화해 나가겠다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일단 비행금지구역을 해제해 감시정찰 활동을 기존과 같이 원활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 관계자도 "MDL 근처에서 대북정찰 작전이 완전 정상화되면서 MDL 이북 지역에 대한 감시 공백이 없어지게 되고, 우리 군의 전방지역 작전 환경에도 변화가 생겼다"면서 "그간 수세적 차원에서 이젠 공세적 정찰 작전이 가능해졌고, 이에 따른 후속 조치들도 취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MDL이북 깜깜' 대북정찰 족쇄 풀려…최전방 공세작전 가능(종합)
국방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등도 고려해 효력정지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1, 2차 발사 때 효력 정지 문제를 꺼내지 않다가 이번에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북한의 고도화하는 핵·미사일 위협과 정책·전략적 방향성을 계속 감내할 수 없었고, 이스라엘-하마스 등 여러 상황을 볼 때 군사적으로 감내해오던 제한 사항을 극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 2차 발사 때 인양해 분석한 결과 북한 능력들이 높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했다"며 "최근에는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이 정상회담을 통해 위성 발사 기술을 공조하고, 위성체에 대한 기술적 진전으로 북한이 여태껏 갖고 있지 못했던 고고도에서의 감시정찰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군사합의서의 다른 조항의 효력 정지 여부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여러 고려 요소가 검토되어 (다른 조항 효력 정지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북한이 우리 조치에 따라 비행금지구역에서 대남정찰 활동을 할 것에 대한 대책과 관련해서는 "이번 효력 정지와 무관하게 북한이 원하는 시기와 방법으로 위협을 반복할 수 있다고 보고 대비태세를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