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기반 부족"…"가까운 시일 내 없을 것"
"페소 버리고 달러로"…아르헨 당선인 공약 실현될까
하비에르 밀레이(53) 하원의원이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승리하자 미 달러를 법정 통화로 쓰겠다는 그의 공약이 실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밀레이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 초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자국 페소화를 버리고 대신 달러화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른 국가도 추진한 적이 있지만, 브라질과 멕시코에 이은 라틴아메리카 3위 경제 대국 아르헨티나처럼 경제 규모가 큰 나라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미 달러가 공용화폐가 되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결정권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넘겨주고 화폐 발권 능력도 박탈당하게 된다.

증권시장 애널리스트들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억제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밀레이 당선인이 이 공약을 실천할 기반을 갖췄는지 의문을 품고 있다.

경제 연구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윌리엄 잭슨 수석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의회와 유권자의 지지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달러화 채택을 비롯한 한층 과격한 일부 공약이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위스 본토벨자산관리의 티에리 라로스 포트폴리오 책임자도 "정치적 장애물과 별개로 아르헨티나 경제가 취약해 달러화 채택은 쉽지 않다"면서 "가까운 시일 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티에리 책임자는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달러화로 전환율이 페소화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해 급격한 페소화 약세를 유발, 현재 40% 수준인 빈곤율의 증가로 귀결될 가능성을 제기하며 "끔찍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회적, 경제적 관점에서 합리적인 전환율로 달러화를 채택하려면 최소한의 외환보유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고는 100억달러 이상 적자 상태다.

밀레이 당선인도 승리 연설에서 달러화 채택이나 중앙은행 폐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