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김민기 대표 건강 문제 겹쳐…"정확한 폐관 시기는 논의 중"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장기흥행…라이브 콘서트·어린이극 등 공연계 이끌어
김광석·설경구 거쳐 간 대학로 소극장 학전, 내년에 문 닫는다(종합)
대학로 소극장을 대표해온 학전이 내년 33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는다.

학전 관계자는 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경영난과 김민기 대표의 건강 문제가 겹치면서 내년에 문을 닫기로 했다"며 "정확한 시기는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민중가요 '아침이슬', '상록수' 등을 작곡한 가수 김민기가 1991년 3월 15일 대학로에 문을 연 학전은 콘서트,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올리며 대학로 소극장 문화 공연을 이끌어 온 상징적인 곳이다.

하지만 수년간 대학로 공연 관객들이 줄면서 경영난을 겪어왔고, 코로나19 유행으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극장 폐관을 고민해왔다.

그러던 중 최근 김민기 대표가 위암 진단을 받으면서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김 대표가 창단한 극단 학전도 활동을 중단하는 방향을 논의 중이다.

한자로 '배울 학'(學)에 '밭 전'(田)자를 쓰는 학전은 문화 예술계 인재들의 못자리를 자처해 왔다.

30여년간 실력파 예술인들이 학전을 거쳐 성장해나갔다.

학전이 문을 막 연 1990년대는 아이돌 그룹이 대중가요를 휩쓸기 시작하면서 통기타를 든 가수들이 무대에서 밀려나던 시기다.

학전은 이들에게 공간을 내주면서 라이브 콘서트 문화 발원지가 됐다.

들국화, 노영심, 유재하, 김수철, 강산에, 동물원, 안치환 등이 이곳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인기 공연이 있는 날이면 대로변까지 관객들이 줄을 섰고, 객석을 넓히려 벽을 뜯어내기도 했다.

관객들이 몰리자 대학로 일대에는 라이브 콘서트 전문 공연장이 생겨났고, 그 흐름이 홍대 인디 밴드 주 무대인 라이브 공연장으로도 이어졌다.

학전이 그렇게 발견한 원석 중 하나가 고(故) 김광석이었다.

김광석은 1991년부터 1995년까지 학전에서 매년 라이브 콘서트를 열었다.

가수 생활 10년을 맞아 1천회 기념공연을 연 곳도 학전 무대다.

학전 마당에는 김광석 노래비도 세워져 있다.

김광석·설경구 거쳐 간 대학로 소극장 학전, 내년에 문 닫는다(종합)
이후 학전은 뮤지컬, 연극 등에 집중했다.

1994년 초연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학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학전 역사뿐 아니라 우리나라 뮤지컬계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꼽힌다.

이 뮤지컬은 독일 그립스극장의 원작을 김 대표가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손 본 것으로 20세기말 한국의 자화상을 담고 있다.

원작자 폴커 루드비히는 이 작품이 한국 상황에 맞게 완전히 재창작된 작품이라는 점을 인정해 2000년부터는 저작권료를 받지 않고 있다.

2008년 10월까지 4천회 공연을 했고, 70만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했다.

학전은 이후에도 한국적 정서를 이야기와 노랫말에 녹인 뮤지컬 '모스키토', '의형제', '개똥이' 등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소극장 뮤지컬에 라이브 밴드를 도입하며 공연계 변화를 주도했다는 평도 나온다.

당시만 해도 뮤지컬은 라이브 반주가 아닌 녹음된 반주를 주로 사용했었다.

학전에서 배출한 배우, 음악인도 상당하다.

'학전 독수리 5형제'로 통하는 설경구·김윤석·황정민·장현성·조승우를 비롯해 재즈 가수 나윤선, 밴드 YB의 윤도현 등이 대표적인 학전 출신이다.

학전은 다른 공연장들이 외면하는 어린이극에도 매진해왔다.

어린이극은 극장을 개관할 때부터 김 대표가 목표했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친구다', '고추장 떡볶이', '슈퍼맨처럼~!' 등의 작품이 어린이 관객을 꾸준히 만나왔다.

폐관 전까지 학전 무대에는 역사를 함께해 온 공연들이 오른다.

오는 10일에는 '지하철 1호선'을 개막해 다음 달 31일까지 공연하며, 내년 1월에는 매년 열어오던 '김광석 노래 부르기' 대회를 연다.

김광석·설경구 거쳐 간 대학로 소극장 학전, 내년에 문 닫는다(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