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교체 실수' 사건, 주중 결론 날 듯…"속도보다는 합리성"
프로연맹, 상벌위 자문·해외 사례 등 검토 거쳐 포항 몰수패 여부 판단키로
FA컵 결승 열리는 주말 전에 매듭지을 듯…포항·전북 모두 4강 올라 있어
[고침] 스포츠(K리그 '교체 실수' 사건, 주중 결론 날 듯…)
프로축구 K리그1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발생한 '교체 실수' 사건을 두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프로연맹은 30일 오전 경기평가위원회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교체 실수 사건과 관련해 포항의 0-3 몰수패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였으나 프로연맹은 당장 결론을 내지 않기로 했다.

프로연맹 고위 관계자는 "기계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오늘 판단할까 생각했는데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마침 당분간 K리그 경기가 열리지 않는다.

신속성보다는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프로연맹이 '속도'보다는 '합리성'에 방점을 두고 사건을 처리하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포항의 '귀책 사유'를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포항이 다친 김용환 대신 같은 풀백 포지션의 신광훈을 투입하려고 했는데 교체표에는 '김용환 아웃, 신광훈 인'이 아닌 '김인성 아웃, 신광훈 인'으로 적어넣는 실수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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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는 포항 구단 자신에 대한 실수일 뿐이다.

그저 교체 카드 한 장을 엉뚱하게 쓴 것에 불과하다.

경기의 공정성을 해친 실수가 아니다.

문제는 그다음에 심판진이 '김인성 아웃, 신광훈 인'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김인성은 그대로 그라운드에서 뛰었고, 대기심은 그를 내버려 뒀다.

대기심은 그라운드 밖에서 부상 부위 처치를 받던 김용환이 적법하게 교체로 물러났다고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교체 대상이 됐는데도 계속 뛴 김인성에게도 잘못이 있으니 포항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국제축구평의회(IFAB) 경기 규칙 제3조 제3항은 '교체될 선수가 떠나기를 거부한다면, 경기를 계속한다'고 규정한다.

만약 김인성이 자신이 교체 대상이었다는 점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계속 뛴 그의 행동에는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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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김인성이 계속 뛰고 있는데도 신광훈을 들여보낸 심판진의 잘못만 남는다.

물론 이 사건에서 가장 억울한 쪽은 전북이다.

기록상 12명이 뛰는 상대와 6분 동안이나 겨뤄야 했다.

다만, 김용환은 실질적으로 그라운드에서 '플레이'를 하지는 않았다.

계속 그라운드 밖에 있었다.

프로연맹은 양 구단, 당시 현장에 있었던 심판 등 관계자들의 의견, 상벌위원과 위원장의 자문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기로 했다.

또 해외 사례도 검토해 결론을 내리는 데에 참고할 예정이다.

교체 실수는 유럽 리그에서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곤 한다.

지난해 4월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과 프라이부르크의 경기에서도 이번 전북-포항전과 비슷한 교체 실수가 발생해 프라이부르크가 뮌헨의 0-2 몰수패를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독일축구협회(DFB)는 교체 과정에서 구단보다는 '점검 의무'에 소홀했던 심판진의 책임이 크다며 프라이부르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음 K리그1 36라운드는 내달 11∼12일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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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2주 가까이 시간이 남아있지만, 오는 주말 대한축구협회 FA컵 결승전이 열리기 때문에 적어도 이번 주 안에는 프로연맹이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포항과 전북 모두 FA컵 4강에 올라가 있다.

FA컵에서 우승하면 2024-20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진출권을 받는다.

따라서 FA컵 역시 K리그1의 막판 순위 싸움과 무관하지 않다.

포항 몰수패에 대한 프로연맹의 판단에 따라 두 팀이 FA컵 준결승에 대해 느낄 무게감은 달라질 수 있다.

국내에 배분된 2024-2025시즌 ACLE 진출권이 3장뿐인 점은 전북과 포항이 이번 프로연맹의 결정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든다.

현재로서는 K리그1 1, 2위 팀과 FA컵 우승팀이 ACLE 진출권을 가져가게 돼 있다.

K리그1에서 포항은 승점 60으로 2위, 전북은 승점 53으로 4위에 있다.

포항 몰수패 결정이 내려져 전북이 승점 55가 되면, 전북이 '역전 준우승'을 이룰 가능성은 더 커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