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담'·'곤지암' 정범식 감독 신작…최지우 연기 변신 눈길
길에서 마주치는 타인이 공포가 돼버린 현실…영화 '뉴 노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때는 타인이 가까이 다가오기만 해도 불안감을 느끼곤 했다.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묻지 마' 폭행과 살인 사건은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이 언제든지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로 돌변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우리는 타인이 위험한 존재가 돼버린 세상에 살고 있다.

정범식 감독의 신작 '뉴 노멀'은 이런 세상의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기발한 이야기로 표현해낸 작품이다.

이 영화는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몇 개의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옴니버스 형식이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완결된 이야기지만, 느슨한 끈으로 이어져 있다.

전체적인 연결 구조는 영화의 결말에서야 드러난다.

모든 에피소드는 누구나 일상에서 겪을 법한 타인과의 우연한 마주침을 그린다.

아파트에서 혼자 저녁을 보내는 여성(최지우 분)에게 예고도 없이 화재경보기 점검원이 찾아와 벨을 누르고,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 중학생(정동원)이 휠체어를 못 움직여 애를 먹는 할머니와 마주친다.

외로운 취업 준비생(이유미)은 데이트 앱으로 연결된 남자를 기다리고, 취업을 포기한 남자(표지훈)는 이웃집에 사는 미모의 여성을 매일 훔쳐본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하다인)은 진상 고객의 갑질에 치를 떤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는다.

그렇게 타인과의 만남에 대한 불안감이 극적으로 표현된다.

길에서 마주치는 타인이 공포가 돼버린 현실…영화 '뉴 노멀'
일상적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에피소드도 있다.

음료수 자판기에서 의문의 편지를 주워 든 남자(최민호)의 이야기가 그렇다.

이 에피소드 또한 예상치 못한 충격을 안긴다.

사람과 사람의 우연한 마주침에서 서스펜스를 일으키면서 기발한 반전으로 공포의 이야기를 빚어내는 정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공포영화 '기담'(2007)과 '곤지암'(2018)으로 그가 얻은 'K-호러 마스터'라는 별명에 손색이 없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뉴 노멀'은 '기담'이나 '곤지암'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관객이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 충격적인 장면을 보여주기보다는 사소한 장면 하나하나에서 스릴을 이어가는 데 집중한다.

웃음을 일으키는 장면도 많아 블랙 코미디의 성격도 띤다.

TV 드라마 '겨울연가'(2002)에서 주연한 한류 스타이자 '멜로 퀸'으로 꼽히는 배우 최지우의 연기 변신도 눈에 띈다.

긴 머리를 풀어 내린 그는 서늘한 표정으로 스릴을 자아내다가 갑자기 관객의 예상을 깨뜨린다.

진상 고객을 겪으면서 인간 혐오에 빠져드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역을 맡은 하다인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그는 장편 영화 데뷔작인 이번 작품의 연기를 위해 체중을 8㎏ 줄이고 직접 편의점에서 일해보는 열정을 보였다고 한다.

'뉴 노멀'은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폐막작으로 상영됐고, 제23회 밀라노국제영화제 국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11월 8일 개봉. 112분. 15세 관람가.

길에서 마주치는 타인이 공포가 돼버린 현실…영화 '뉴 노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