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100m서 '은빛 역영'
'장애인AG 7번째 메달' 조기성 "자유형 계속 해야하나 봐요"
설하은 기자·항저우 공동취재단 = "아무래도 저는 자유형을 계속 해야 하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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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수영의 간판 조기성(스포츠등급 S4·부산장애인체육회)이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3관왕(자유형 50·100·200m),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안게임 같은 종목에서 은메달 3개를 수확한 그였기에 메달 소식은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 메달 의미는 남달랐다.

한동안 부진을 거듭하던 자유형에서 얻은 쾌거였기 때문이다.

조기성은 2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서 1분30초03의 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스즈키 다카유키(일본·1분24초96)보다 5초07 늦게 도착했다.

이로써 조기성은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7번째 메달을 목에 거는 한편 대회 첫 경기부터 은메달을 목에 걸며 순조로운 시작을 알렸다.

조기성은 2016 리우 패럴림픽에서 3관왕에 오른 뒤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선 자유형 100m 5위, 자유형 200m 6위에 머물렀다.

장애가 심해지면서 기록에도 영향을 미쳤다.

'장애인AG 7번째 메달' 조기성 "자유형 계속 해야하나 봐요"
선천성 뇌병변장애로 하체를 쓰지 못하는 조기성은 시간이 갈수록 어깨 관절과 근육이 굳고 있어 역영이 쉽지 않았다.

계속되는 고전으로 조기성은 한때 은퇴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조기성은 주변의 응원과 새로운 영법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자유형이 아닌 평영에 도전해 지난 8월 영국 맨체스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수확하고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고전을 거듭하던 자유형 역시 배형근 감독의 체계적인 훈련으로 상체에 의존하는 게 아닌, 허리를 쓰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기록을 조금씩 단축했다.

노력의 결과 항저우에서 은빛 물살을 갈랐다.

경기 후 만난 조기성은 "금메달을 노렸는데 아쉽다.

하지만 1분31초대였던 내 시즌 최고 기록을 앞당긴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그동안 평영과 개인혼영 위주로 운동해서 자유형이 조금 걱정이었는데 은메달을 땄다.

이전보다 좋아진 게 느껴져서 굉장히 기분이 좋다.

역시 나는 자유형을 포기하면 안 되나 보다"라고 말했다.

대회 시작 전부터 잇단 불운을 맞은 상황에서 거둔 쾌거라 조기성은 더 기뻤다.

'장애인AG 7번째 메달' 조기성 "자유형 계속 해야하나 봐요"
자신의 주종목인 평영은 선수 부족을 이유로 폐지됐고, 자유형 200m는 스포츠등급(S1∼S5)이 통합돼 열렸다.

등급 숫자가 낮을수록 장애 정도가 심한데, S5와 함께 붙는 조기성에겐 불리한 조건이었다.

또 이날 열린 자유형 100m 결승도 갑자기 오후에서 오전으로 앞당겨지면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조기성은 비슷한 시간에 열리는 자유형 200m 예선을 포기하고 100m 결승에 집중했다.

하지만 조기성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조기성은 오히려 자신의 경기와 비슷한 시간에 열린 동료 선수들의 경기를 보지 못한 것이 더 아쉽다고 이야기했다.

첫 경기를 마친 조기성은 26일 자유형 50m와 배영 50m에서 추가 메달을 노린다.

조기성은 "남은 대회도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배영 등) 다른 종목도 다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