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푸드 한국사
주영하 지음
휴머니스트
368쪽 / 2만2000원

한국에서 빵이 비싼 이유는 뭘까. 빵 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똑같이 밀과 설탕을 수입하는 홍콩이나 일본의 빵값이 우리보다 싸다면?

음식인문학자인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민속학 교수는 그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우선 몇몇 대기업이 빵집 프랜차이즈를 독점하고 있다. 그리고 빵은 한국인의 주식이 아니어서 정부의 물가 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주 교수는 이처럼 빵뿐만 아니라 우유, 아이스크림, 초콜릿, 위스키, 차, 피자, 커리, 향신료 등 아홉 가지 외래 음식과 재료에 담긴 이야기를 신간 <글로벌 푸드 한국사>에서 풀어놓았다.
한국 빵값이 일본·홍콩보다 비싼 '진짜 이유'
30여 년 전만 해도 피자는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몇 개 없는 매장을 찾아가 주문해야 했으며, 가격이 비싸고 낯설기도 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미국의 프랜차이즈 피자 브랜드가 한국에 진출했다. 1990년대 중반 ‘토종’ 피자 업체가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만든 ‘불고기피자’를 출시했다.

이후 이탈리아로 유학을 다녀온 한국인 셰프들이 이탈리아 정통 피자를 만들기 시작하며 한국에서의 피자는 다양하게 변화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커리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인이 아는 커리는 ‘인스턴트 카레’였다. 일본에서 온 음식으로 아는 사람도 많았다. 원래 커리는 인도에서 유래했다. 이것이 일본에 전파돼 식민지 시기 한반도에 소개됐다. 카레는 커리의 일본식 발음이다.

저자는 “1980년대 이후 음식을 연구하는 일부 학자들이 제국과 식민지의 관계가 해체된 후에 오히려 식민지의 음식이 제국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있음을 증명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예가 커리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 사람들이 외국으로 나가면서 커리는 더욱 진화했다.

책은 외국 음식이 한국으로 넘어와 자연스럽게 스며들기까지의 과정을 알게 쉽게 설명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역사에 따라 함께 발전해 나가는 음식의 역사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에필로그에선 ‘K푸드’가 나아가야 할 미래까지 제시했다.

저자는 “세계의 어떤 문화도 주변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그대로 지속한 것이 없든 음식도 예외는 아니다”며 “한국 음식 역시 교류와 혼종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이금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