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값 폭등·고환율…슈퍼컴 6호, 성능 떨어지는데 더 비싸져
내년까지 구축하기로 했던 국가 초고성능 컴퓨터(슈퍼컴퓨터) 6호기가 그래픽 처리 장치(GPU) 가격 폭등과 환율 상승으로 결국 연산 능력을 제외한 성능 상당 부분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조달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슈퍼컴퓨터 6호기 시스템 구축사업 3차 공고의 요구 성능과 조건이 2차 공고 때보다 대폭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컴퓨터 6호기는 2018년 도입한 5호기 '누리온'에 이은 초고성능 컴퓨터다.

600 페타플롭스(PF, 1초당 1천 조번 연산 처리)급 성능을 갖추고, 최근 인공지능(AI) 연구 등에 주로 활용되는 GPU를 주력으로 채운다는 목표다.

슈퍼컴퓨터 6호기를 구축하는 '국가 플래그십 초고성능 컴퓨터 인프라 고도화' 사업이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KISTI가 현재 이를 구축 중이다.

다만 GPU 가격 폭등과 환율 상승 등의 여파로 조달청 입찰에서 두 차례 유찰됐고,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26일까지 3차 공고를 진행 중이다.

3차 공고에 따르면 우선 슈퍼컴퓨터 6호기 메인 시스템 중 하나로 도입하기로 했던 'GPU Fat 노드' 20대 도입 조건을 필수에서 희망 사항으로 바꿨다.

이 장비는 병렬 GPU를 8개 이상 장착한 운영체제(OS) 서버로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학습 작업 등에 활용된다.

입찰 배점도 이 장비를 최소 20대를 도입해야 기본점수 1.6점, 70대 이상 도입 시 최대점수인 2점을 받는 것에서 1대만 도입해도 기본점수를 받고 20대만 도입하면 최대점수를 받는 것으로 완화됐다.

또 슈퍼컴퓨터 6호기 운영 최적화를 위해 사전에 도입하는 '파일럿 시스템'의 저장(스토리지) 용량과 노드 수 조건도 메인 시스템의 1%에서 0.5%로 낮췄다.

이외에도 기술지원 전담 인력은 4명에서 3명으로, 최적 병렬화 지원 인력은 4명에서 3명으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환율이 오르면서 3차 공모의 원화 도입가격이 약 1천978억원으로 지난 8월 2차 공모 당시 환율인 약 1천870억원보다 100억원가량 올라 성능이 떨어지는 슈퍼컴을 더 비싼 가격에 들여와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이 의원은 지적했다.

이정문 의원은 "당초 슈퍼컴퓨터 6호기는 생성형 AI 모델 학습을 요구한 학계 의견을 수용해 대량의 AI 반도체를 탑재한 초거대 AI 개발에 적합한 형태로 만들려고 했지만, 목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ISTI는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해 슈퍼컴퓨터 6호기 도입 취지를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PU값 폭등·고환율…슈퍼컴 6호, 성능 떨어지는데 더 비싸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