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완성차 ‘빅3’와 손잡고 북미 합작 공장을 대폭 늘려온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노동조합 리스크에 직면했다. 노조가 없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도 완성차 공장의 표준 임금 협약을 적용하라는 미국자동차노동조합(UAW)의 요구가 관철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임금 인상이 현실화하면 ‘K배터리 3사’의 인건비 부담은 매년 수천억원 불어날 전망이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지난 6일 “완성차 3사와의 협상에서 중대한 진전을 이뤘다”며 “추가 파업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자동차 노조인 UAW는 4년간 임금 최소 40% 인상, 전기차 생산직 고용 안정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14일부터 빅3를 상대로 사상 초유의 동시 파업에 들어갔다.

페인 위원장이 밝힌 ‘중대 진전’ 대상은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다. 그는 GM이 미국 내 배터리 공장 근로자도 UAW 표준 협약 대상으로 포함하겠다는 요구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공장 대비 임금이 낮은 배터리 합작공장 근로자에게도 동일 임금을 적용하라고 주장해온 UAW의 요구가 반영될 길이 열린 것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그동안 “합작 투자로 운영되는 배터리 공장은 UAW와의 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거부해왔다.

하지만 정치권 지지를 등에 업은 UAW의 강경 파업이 장기화하자 백기를 드는 모양새가 됐다. 포드 역시 “미국 내 배터리 공장에서 UAW와 협력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했다.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시간당 16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UAW 협약에 따라 시간당 32달러를 받는 빅3 자동차 공장 근로자의 절반 수준이다.

현지 배터리 공장이 UAW 임금 협약 영향권에 들어가면 미국에 생산 기지를 20곳 가까이 짓고 있는 한국 배터리 3사의 인건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3사가 합작한 현지 공장만 10곳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는 미국 오하이오공장 근로자의 임금을 25% 이상 인상하기로 UAW와 합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이 미국의 높은 인건비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에 현지 투자의 이점이 있었는데 이제 이마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