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를 위한 7과 3의 예술] 평생의 사랑을 담은 음악 에릭 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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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간직한 6개월의 사랑
사티가 사랑한 사람은 화가 수잔 발라 동(Suzanne Valadon, 1865~1938)입니다. 그녀는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에드가르 드가,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 등 동시대 파리에서 활동한 화가들의 모델로도 유명한 인물이었어요. 르누아르가 그린 ‘부지발의 무도회’란 작품에는 발라동이 춤추는 여인으로 등장해요.발라동은 신비한 매력으로 많은 예술가를 사로잡았어요. 파리에서 그녀를 모르는 이가 없었을 정도예요. 사티 역시 발라동을 본 순간 첫눈에 반했죠. 사티가 발라동과 사귄 건 서른한 살 때였는데, 두 사람이 만난 기간은 6개월에 불과했어요.
사티는 발라동에게 청혼했지만 거절당했어요. 발라동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답게 홀연히 그를 떠났어요. 하지만 사티는 평생 발라동만을 가슴에 품고 그리워했답니다. 발라동이 사티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었던 거예요.
그런 사티의 마음은 그의 대표곡 ‘난 당신을 원해요’에 담겨 있어요. 이 곡은 앙리 파코리가 지은 시에 사티가 선율을 붙여 성악곡으로 만든 거예요. 요즘엔 바이올린, 플루트 등을 중심으로 편곡돼 연주곡으로 많이 쓰여요. 각종 광고 등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음악이죠.
‘사랑한다’가 아닌 ‘원한다’라고 표현한 제목에서 발라동에게 사로잡혔던 사티의 마음을 잘 알 수 있어요. 이 곡의 가사엔 제목보다 더 강렬한 표현이 나와요. “영원히 서로 얽혀 같은 불길 속에서 불태워져. 사랑의 꿈속에서 우린 영혼을 나눌 거예요.”
6개월 동안의 사랑과 추억을 평생 잊지 못하며 살아간 사티. 낭만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특이하다고 볼 수도 있어요. 사티의 사랑과 음악, 나아가 인생 전체가 독특했어요.
그에게 사랑은 ‘의리’였다
사티는 시대를 앞서간 음악가로 꼽혀요. 그의 음악을 들으면 요즘 만든 곡처럼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느껴져요. 또 단순하고 간결하죠. 화려한 기교를 선보이는 데는 큰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오직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을 뿐이에요. 그러면서도 전혀 가볍지 않아요.하지만 사티는 독특한 성격 때문에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한참 뒤처지는 열등생 취급을 받았어요. 사티의 어머니는 여섯 살에 세상을 떠났는데, 이후 재혼한 아버지가 아닌 삼촌과 함께 살았죠. 그런데 삼촌은 성격이 괴팍하고 폐쇄적이었어요. 사티의 특이한 성격은 삼촌과 같이 살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어요.
누군가를 만나고 친하게 지내는 것이 쉽지 않았던 사티는 주로 혼자 다녔어요. 쓸쓸할 땐 성당에 갔어요. 여기서 그의 인생에 중요한 기회가 생깁니다. 성당에 자주 드나들던 중 자연스럽게 오르간 연주자로부터 음악을 배우게 된 거예요.
사티는 21세부터 10년간 ‘검은 고양이’라는 뜻의 ‘르 샤 누아’라는 카바레에서 피아니스트로 일했어요. 당시 카바레는 술을 파는 작은 가게이자 예술가들이 모여 시를 낭송하고 연극을 만드는 장소였어요. 좋은 음악도 빠지지 않았죠. 그의 또 다른 대표작 ‘짐노페디’도 카바레에서 일하던 스물두 살 때 만든 거예요.
사랑했던 발라동과 헤어진 후 사티의 행동은 많은 화제가 됐어요. 사티는 발라 동이 떠난 후엔 누구도 집에 들이지 않고 홀로 지냈어요.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친구들이 집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발라 동을 그리워하며 그린 그림과 부치지 못한 편지들이 가득 남아 있었답니다.
누군가는 그를 괴짜라고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사티는 진심으로 마음을 준사람에 대해 오랫동안 의리를 지킨 사람이에요. 사티의 아름다운 음악은 때론 ‘사랑’, 다른 말로는 ‘의리’라고 할 수 있는 낭만의 결정체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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