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11개 대학 총장과 간담회…정부 소통 노력 부족 지적돼
학생 인건비 관련 풀링제 확대 등 추가 안정화 방안 마련하기로
이종호 장관 "학생 인건비 문제, 책임지고 해결책 마련"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5일 "(R&D 예산 삭감에 따른) 학생 인건비 문제에 대해 주부 부처 장관으로서 책임지고 해결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주요 연구 중심대학 총장과 간담회를 열고 "대학에서도 피해받는 학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를 지원해주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4대 과학기술원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포스텍, 이화여대, 충남대 등 11개 대학 총장이 참석했다.

내년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연구비가 줄며 이와 연동된 학생연구원과 박사후연구원 등의 인건비가 줄고, 이에 따라 이들의 자리까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4대 과기원과 포스텍,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학생들과 대학원생이 삭감 반대 성명을 내는 등 반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처음으로 R&D 예산이 감소하면서 과학기술계에서 느끼는 여러 우려와 걱정이 있겠으나 선도형 R&D로 나아가는 불가피한 진통으로 이해해 달라"며 구조적 개혁을 이뤄내고 예산을 다시 늘려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종호 장관 "학생 인건비 문제, 책임지고 해결책 마련"
간담회에 참석한 총장들은 정부의 소통 노력 부족을 꼬집었다.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이런 자리가 좀 더 자주 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과학기술계에서 그동안 여러 논의와 목소리, 제안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런 제안들이 앞으로 경쟁이 더 심화하는 상황에서 국가 R&D 방향성을 어떻게 잡을지, 내년 예산 문제를 넘어 중장기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장이 좀 더 자주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공동연구에서도 대규모 전략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면서도 정부 주도의 탑다운 방식과 연구자 간 네트워크를 통한 보텀업 방식의 병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 총장은 "전체적인 정부 R&D 정책 방향도 기초와 전략기술, 교육과 연구 등 탑다운과 보텀업의 조화가 중요한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국가 긴축 재정 따라 연구비가 축소되는 건 피할 수 없다고 본다"면서도 "이번 기회에 우리가 미뤄뒀던 것을 개선해 나가고 긴축재정이 후진들에게 잘못된 메시지가 가지 않도록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연구자에 대한 배려를 강화해야 하고, 연구자들은 개선할 점을 살펴보려는 인식을 가지며, 기관은 신진 연구자들이 안정감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학생 인건비 확보를 위해 풀링제 적용 대상을 확대할 필요성이 제안됐다.

풀링제는 국가 R&D 과제의 인건비를 연구책임자별로 통합 관리해 학생연구원이 과제에 참여하지 않아도 인건비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이 장관은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 연구비 예산에서 학생 인건비 부분을 상향하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무슨 방법이 됐든 학생들의 학업이나 연구에 문제가 없게 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정부와 여당이 R&D 예산을 일부 증액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는 최근 보도와 관련해 이 장관은 이미 정부의 손을 떠난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재정 당국과 긴밀하게 협의해 안을 만들었고 예산을 짜서 국회로 넘겼다"며 "국회 심의 과정을 지켜봐야 하고,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고 하는 건 저희(과기정통부) 선에서는 끝이 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