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춘천박물관, 강원 불교 신앙 주목한 '오대산 월정사' 전시
국보 등 108점 유물…'문수보살 성지' 역사·문화 한눈에
다섯 봉우리에서 피어난 불교문화…오대산 자락의 신앙 이야기
강원도 강릉과 평창, 홍천에 걸쳐 있는 오대산은 산세가 다섯 개의 연꽃잎에 싸인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여러 산 중에서도 명산으로 꼽혔고, 불교에서 많은 복덕과 반야(般若·불교에서 근원적인 지혜를 의미하는 교리)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이 머무는 성지로 여겨졌다.

월정사를 비롯해 상원사, 적멸보궁 등 곳곳에 불교 신앙이 뿌리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국립춘천박물관이 선보인 특별전 '오대산 월정사: 절, 산속에 피어난 이야기'는 오대산 자락에 담긴 신앙과 사람, 그리고 시대가 만들어낸 이야기에 주목한 전시다.

다섯 봉우리에서 피어난 불교문화…오대산 자락의 신앙 이야기
27일 박물관에 따르면 전시는 국보 1건, 보물 7건을 포함한 총 57건 108점의 유물과 자료를 통해 오대산이 품고 있는 불교문화를 다각도로 살핀다.

전나무 숲길을 표현한 영상을 따라 전시장에 들어서면 오대산의 역사와 마주하게 된다.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오대산 사고(史庫), 월정사, 상원암 등을 그린 두루마리부터 오대산에서 일어난 신비로운 사건과 영험한 역사를 적은 책인 '오대산사적'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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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서는 오대산 신앙의 핵심이 되는 적멸보궁도 비중 있게 다룬다.

적멸보궁은 신라 승려 자장율사(590∼658)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 사리인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봉안하고 비석을 세웠다는 곳에 지은 건물을 뜻한다.

이와 함께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의 1층과 5층에서 발견된 불상, 호리병 모양의 수정 사리병 등도 공개된다.

조선시대 세조(재위 1455∼1468)와 관련한 다양한 일화가 전하는 상원사 관련 유물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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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 1464년 승려 신미 등이 세조의 만수무강을 빌고자 상원사를 새롭게 단장하면서 지은 글인 국보 '평창 상원사 중창권선문'은 조선 초기 한글 서체와 표기 등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다.

국보 목조문수동자좌상과 보물 목조문수보살좌상(木造文殊菩薩坐像) 안에서 나온 복장 유물은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사찰 밖 나들이에 나섰다.

박물관 관계자는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 안에서 나온 적삼은 동자의 모습으로 나타나 세조의 피부병을 치료한 문수보살 전설을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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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강원 지역의 여러 불교 문화유산도 소개한다.

1948년 양양 선림원 터에서 발견된 종, 탄허 스님(1913∼1983)이 쓴 '화리생련'(火裏生蓮·불 속에서 핀 연꽃을 뜻하는 말) 필적 등을 볼 수 있다.

원주 구룡사에 봉안된 보물 삼장보살도(三藏菩薩圖)는 11월 중순 공개 예정이다.

이번 전시 기간에는 오대산을 생생한 실감형 영상으로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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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내 카페 '지금 여기, 휴(休)'에서는 19세기 그림을 바탕으로 재현한 오대산 사고와 월정사 전경, 석조보살 등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새로 선보인다.

박물관 관계자는 "강원의 산은 고립의 공간이 아닌 풍부한 가능성의 공간"이라며 "산을 바탕으로 형성된 강원 불교문화의 가치를 새로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25일까지 볼 수 있다.

내년 1월 10일부터는 월정사성보박물관에서 같은 전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다섯 봉우리에서 피어난 불교문화…오대산 자락의 신앙 이야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