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천국 못가네. 아빠는 착하지 않고 나는 AI니까”···영화 '크리에이터'
AI 소재 SF물···'서구 대 비서구' 구도는 식상
감정 연출 돋보여···AI 아역 보일스 연기 압권

알피가 탄생한 주요 목적 중 하나를 달성한 터여서 기쁠 법도 하지만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알피에겐 아빠 같은 존재였던 인간 조슈아(존 데이비드 워싱턴)가 부상을 입은 채 본체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딸아이와 같은 알피만 자그마한 구조기에 태워 떠나보내면서 말이다.
이 순간 웅혼한 오케스트라 배경 음악이 멈추고 잠시 정적이 감돈 후, 드뷔시의 아름답고 친숙한 피아노 독주곡인 ‘달빛’이 흐른다. 은은한 달빛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선율로 그리 처량하지도, 슬프지도 않은 곡임에도 부모를 갓 잃은 듯한 어린아이의 애달픈 정서를 깊이 있게 전달한다.

이 영화는 가까운 미래, 극 속에 나오는 시간을 명시하면 2065년에 일어나는 인간과 AI의 대결을 그린 SF 블록버스터다. ‘몬스터즈’(2010) ‘고질라’(2014) 등을 만든 가렛 에드워즈 감독이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의 차기작으로 이 영화의 소재를 떠올린 후 각본가 크리스 웨이츠와 함께 시나리오를 썼고, 직접 연출했다. 전작들이 이미 검증된 스토리를 각색한 것이라면 이번 작품은 순수 창작에 가깝다. 그만큼 독창적일 수도 있지만, 영화가 표방하는 세계관에 공감하기 힘들 수도 있겠다.


배우들의 열연이 몰입도를 높인다. 조슈아 역의 존 데이비드 워싱턴과 알피 역의 매들린 유나 보일스가 운명의 장난처럼 얽히는 감정을 나누는 연기는 일품이다. 예고편에도 등장하는 다음 장면은 특히 감동적이다.
알피 : "(아빠도) 천국에 가요?"
조슈아 : "아니, 착한 사람만 천국에 가는 거야."
알피 : "그럼 우린 똑같네. 천국에 못 가잖아. (아빠는) 착하지 않고, 난 사람이 아니니까."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
기사 스크랩
-
공유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