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소재문화재재단, 나라 밖 문화유산 4건 지원…리움미술관 힘 보태
연내 국내에 들여와 보존 처리 시작…2025년 완료 후 전시 등 공개 검토
미국 건너간 19세기 조선 회화·왕실 혼례복 보존·복원 돕는다
미국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소장한 조선 후기 회화 작품과 왕실 혼례복 등이 우리 보존·복원 기술로 되살아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이 소장한 '평안감사향연도'(平安監司饗宴圖) 등 해외에 있는 문화유산 4건의 보존·복원을 지원한다고 25일 밝혔다.

평안감사향연도는 19세기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이다.

평안도에서 열린 도과(道科·조선 시대에 각 도의 감사에게 명해 실시한 특수한 과거시험)에서 급제한 사람들을 위해 평안감사가 베푼 잔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미국 건너간 19세기 조선 회화·왕실 혼례복 보존·복원 돕는다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이 대동강을 건너 평양에 들어오는 장면부터 부벽루와 연광정에서 펼쳐진 잔치 모습, 대동강에서 뱃놀이하는 장면 등이 8폭의 그림에 나타나 있다.

그림은 1927년 12월 현지 소장가로부터 기증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묘사가 정교하고 안료 수준이 높다"며 "19세기 조선 기록화가 달성한 정밀한 고증 수준과 안정감 있는 필력을 보여주는 명품"이라고 강조했다.

평안감사향연도는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이 보존 처리를 도울 예정이다.

두 기관이 지난해 나라 밖 문화유산의 보존·복원을 위해 협력하자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은 뒤 진행하는 사업으로, 사립미술관이 국외 소재 문화유산을 돕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건너간 19세기 조선 회화·왕실 혼례복 보존·복원 돕는다
재단은 피바디에섹스박물관이 소장한 활옷의 보존·복원도 돕는다.

활옷은 조선시대 공주나 옹주 등 왕실 여성이 입던 혼례복이다.

붉은 비단 위에 부부의 해로를 기원하는 다양한 무늬를 수놓아 장식한 옷으로, 왕실뿐 아니라 민간으로도 널리 퍼져 혼례 때 신부가 입는 예복으로 자리 잡았다.

박물관이 소장한 활옷은 19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자수 실의 색이 잘 남아있는 데다 원형을 거의 유지하고 있어 문화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건너간 19세기 조선 회화·왕실 혼례복 보존·복원 돕는다
재단은 미국 포틀랜드미술관과 덴버미술관이 소장한 유물을 되살리는 데도 힘을 보탠다.

포틀랜드미술관의 '구운몽도'(九雲夢圖)는 10폭 병풍에 조선시대 문인 김만중(1637∼1692)이 쓴 소설 '구운몽'의 주요 장면을 담은 작품이다.

특히 병풍 마지막 부분에는 소설 주인공인 '양소유'가 부인 8명에게 둘러싸여 이상적인 삶을 누리는 모습이 강조돼 있는데, 부귀나 복을 비는 의미가 담겼으리라 추정된다.

재단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확인된 구운몽도 40여 점 가운데 가장 정교하고 높은 수준의 필치를 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미국 건너간 19세기 조선 회화·왕실 혼례복 보존·복원 돕는다
덴버미술관이 소장한 '백동자도'(百童子圖)는 아이가 신나게 놀고 있는 장면을 포착한 작품으로, 중국 고전에 나오는 머리 모양이나 복식을 갖춘 경우도 있어 주목할 만하다.

재단은 올해 중으로 각 유물을 국내로 들여와 보존 처리에 나설 예정이다.

2025년 상반기쯤 작업이 끝나면 전시, 심포지엄 등으로 유물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재단은 2013년부터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의 보존·복원과 활용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10개국 31개 기관이 소장한 53건의 보존·복원을 도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