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위, 북한·WADA와 인공기 사용 문제 논의 중"…WADA는 계속 비판
[아시안게임] OCA 사실상 북한 인공기 게양 두둔…"참가 기회 얻어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 후 세계도핑방지기구(WADA)의 정책을 따르지 않은 북한의 인공기 사용 문제가 여전히 논란거리인 상황에서 아시안게임을 주관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사실상 북한의 처지를 두둔했다.

로이터 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을 보면, 란디르 싱 OCA 회장 대행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북한이 WADA와 인공기 사용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싱 대행은 "OCA는 OCA대로, 북한은 북한대로 사정을 WADA에 설명했다"며 "현재 대회장에서 인공기는 펄럭이고 있으며 OCA는 이를 살펴 며칠 내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싱 대행은 "모든 이가 대회에 참가하고, 참가할 기회를 얻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일어난 특별한 이슈가 있다면, 우리는 이를 참작해야 한다"며 북한의 처지를 감쌌다.

WADA는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인 2021년 10월, 북한 도핑방지기구가 WADA의 규정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올림픽·패럴림픽을 제외한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에서 북한 인공기 게양을 금지했다.

WADA는 전 세계 선수들의 약물 복용 여부를 철저히 감시하고자 주기적으로 검사 인원을 각 나라에 파견해 도핑 테스트를 진행한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자국 유입을 우려한 북한이 팬데믹 기간 국경을 완전히 봉쇄한 탓에 WADA 인력은 북한 땅을 밟을 수 없었다.

따라서 WADA의 정기 검사를 건너뛴 북한 선수들이 햇수로 3년이 넘는 코로나19 기간 약물을 사용했는지는 현재 알 수 없다.

[아시안게임] OCA 사실상 북한 인공기 게양 두둔…"참가 기회 얻어야"
북한은 또 코로나19 감염을 원천 차단하고자 2021년 7월에 열린 2020 도쿄 하계올림픽에도 일방적으로 불참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출전 정지 징계를 받고 2022년 말까지 국제 대회에 나서지도 못했다.

IOC의 징계는 2023년이 밝자마자 풀렸다.

WADA로서는 이래저래 북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약물 검사 기회를 못 잡은 셈이다.

이런 이유로 WADA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래 5년 만의 국제 종합 대회 복귀전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택한 북한에 대회 기간 국기 사용 금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북한은 22일 아시안게임 선수촌 입촌식, 23일 개회식 선수 입장 때 인공기를 당당하게 흔들었다.

경기장 곳곳에도 인공기는 제재받지 않고 게양됐다.

[아시안게임] OCA 사실상 북한 인공기 게양 두둔…"참가 기회 얻어야"
이를 두고 북한과 혈맹 관계인 개최국 중국과 OCA에 WADA의 제재를 수용하지 않았다며 비판이 나왔다.

WADA는 로이터 통신에 북한이 여전히 WADA의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있으며, OCA는 북한 징계에 실패했다고 날을 세웠다.

선수의 약물 복용은 스포츠의 공정성을 가장 훼손하는 악행으로, 국제 스포츠계에서 도핑 규정 위반을 적발하는 WADA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기간 자국 정보기관 등을 앞세워 국가 차원의 조직적인 도핑 조작을 일삼은 러시아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WADA의 징계와 IOC의 추인을 거쳐 자국 국기와 국가 등을 사용하지 못하고 러시아출신올림픽선수(OAR)라는 독특한 명칭으로 출전한 것만 봐도 WADA의 권위를 알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