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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세대 섬유예술가 이신자 "전공했다면 새로운 시도 못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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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 태피스트리 국내 첫 소개…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회고전
    "섬유미술, 회화에 빠지지 않는 분야로 발전 기대"
    1세대 섬유예술가 이신자 "전공했다면 새로운 시도 못했을 것"
    "자수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섬유미술을 배워서 한 것도 아니었죠. 이것저것 맘대로 하다 보니 '발가락으로 (작업)했냐'는 소리도 들었죠. 배운 게 없어서 제멋대로 하느라 힘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가 자수를 전공했다면 이렇게 하지 못했을 겁니다.

    전공을 하지 않았던 것이 이렇게 섬유미술이 발전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
    1세대 섬유예술가 이신자(93)의 대규모 회고전이 22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막한다.

    '섬유예술'이라는 말조차 없던 1970년대 태피스트리를 국내에 소개하며 한국 섬유예술의 영역을 구축하고 수많은 제자를 길러낸 작가의 생애와 작업 전반을 작품 90여점과 아카이브 30여점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리는 전시다.

    대학에서 응용미술을 공부한 작가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바늘과 실을 이용해 섬유 작업을 시작했다.

    작가는 "배우지도 않았고 그냥 그림을 그린다는 기분으로 바늘에 실을 꿰서 했다"('한국근대공예가 연구-이신자' 중)고 말한다.

    1세대 섬유예술가 이신자 "전공했다면 새로운 시도 못했을 것"
    당시 섬유예술은 자수가 대세였다.

    그러나 이신자는 단순히 실로 천을 메꿔가는 방식에서 벗어나 짜고, 감고, 뽑고, 엮는 다양한 기법과 함께 밀포대, 방충망, 벽지, 종이 같은 일상의 재료들을 활용하며 섬유예술의 영역을 넓혀갔다.

    작은 크기의 작품이 주류를 이뤘던 시대 작가는 해외에서 접한 대형 작품들에 영향받아 큰 작품도 시도했다.

    작가의 말대로 전공자가 아니었기에 기존 틀에 갇히지 않은 새로운 시도가 가능했다.

    전시는 이런 작가의 작품 세계를 연대기순으로 소개하며 변화 과정을 살핀다.

    1950∼1960년대 초기작에서부터 자유롭고 대담한 시도가 드러난다.

    염색과 자수가 독립적으로 구분되던 시기, 파라핀을 이용한 납방염 기법으로 염색하고 실로 수를 놓아 한 화면에 염색과 자수를 동시에 담았다.

    또 쇠망에 염료를 묻혀 바탕을 찍고 그 위에 천을 붙이거나 수를 놓는 등 실험적인 기법도 시도했다.

    이런 자유로운 기법들로 인해 비판받았던 작가는 1961년 작품에 '노이로제'라는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1세대 섬유예술가 이신자 "전공했다면 새로운 시도 못했을 것"
    작가는 1972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 태피스트리 작품 '벽걸이'를 출품하며 처음으로 국내에 태피스트리를 소개했다.

    이번 전시에는 같은 해 제작한 태피스트리 '숲'을 통해 당시 기법을 보여준다.

    올 풀기를 통해 독특한 표면 질감을 표현했고 이미 짜인 실을 밖으로 돌출시키는 부조적인 표현으로 입체적인 재질감을 살린 작품이다.

    '한국 섬유미술의 개화기'로 불리는 1984∼1993년은 작가의 작업이 절정에 이른 때이기도 하다.

    '실로 그리다'라는 이번 전시 제목처럼 마치 회화 같은 태피스트리 작업에 매진한 그는 고향 울진의 앞바다에 반사된 일출과 석양의 빛, 산과 나무의 형상을 그림처럼 담아냈다.

    1980년대초 화가였던 남편(장운성 화백)과 사별한 뒤에는 붉은색과 검은색의 대비로 상실과 절망을 표현하기도 했다.

    태피스트리는 회화와 견줄 수 있는 섬유 작품을 하고 싶었던 작가의 바람을 구현하기에 딱 맞는 매개물이었다.

    걸 수도, 매달 수도 있고 어디에 둬도 잘 어울리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1세대 섬유예술가 이신자 "전공했다면 새로운 시도 못했을 것"
    가로 길이가 19m에 달하는 대작 '한강, 서울의 맥'도 이 시기 완성한 작품이다.

    해외에서 대형 태피스트리를 접하고 놀랐던 작가가 "나도 큰 작품을 해봐야겠다"며 1990년부터 1993년까지 작업한 것으로, 한강변 풍경을 흑백 수묵화처럼 담백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21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구순이 넘은 나이에도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들려주면서 동시에 섬유미술에 대한 관심을 여러 차례 당부했다.

    "섬유미술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많아져 좋습니다.

    섬유미술이 회화 분야에 빠지지 않는 분야로 발전하길 바랍니다.

    더 발전할 수 있도록 관심을 부탁합니다.

    젊은 작가들도 열심히 해서 좋은 작품을 많이 해주길 바랍니다.

    "
    전시는 내년 2월18일까지. 유료 관람.
    1세대 섬유예술가 이신자 "전공했다면 새로운 시도 못했을 것"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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