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개혁과 금융실명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박정희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있었던 굵직한 경제 정책의 배경과 비화를 모은 회고록이다. 참여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장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변양균 저자의 생생한 증언이 현장감을 더한다. (부키, 275쪽, 1만8000원)
2015년 홍콩에서 서점을 운영하던 남성 5명이 실종됐다. ‘코즈웨이베이 서점 사건’이다. 이 중 한 명이 이듬해 홍콩에 돌아와 진상을 폭로했다. 금서 혐의로 중국 공안에 끌려가 구금돼 있었다고 했다. 끌려간 사람 중 2명은 각각 영국과 스웨덴 국적이었다. 국제적 반발이 일었지만 중국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외국 국적을 가졌어도 본질적으로 중국인이라고 했다. 중국 땅에서 태어난 한족이라는 게 이유였다.중국은 이중 국적을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적을 포기해도 중국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한족’이라는 더 큰 개념으로 충성심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는 애국심을 고취하고, 전 세계 한족의 힘을 하나로 모아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 지나친 ‘한족 중심주의’는 큰 문제다. 자국 내 소수 민족을 억압하는 데 쓰인다. 한족이 많이 사는 외국은 ‘중국 국민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압력을 받고 있다.한족의 역사는 짧다. 불과 1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개념이다. <중국이 말하지 않는 중국>이 말하는 바다. 이 책은 20세기 초 중국의 민족주의적 지식인들이 어떻게 ‘5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하나의 국가이자 민족’이라는 신화를 창조해 냈는지 파헤친다. 저자 빌 헤이턴은 2021년까지 BBC 기자로 일했다. 2006~2007년 베트남 특파원을 지낸 뒤 아시아 전문가가 됐다.100여 년 전 지금의 중국 땅을 차지하고 있던 건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였다. 그 이전 한족이 세웠던 한, 당, 송, 명 등을 훨씬 뛰어넘는 드넓은 영토를 가졌다. 만주족을 중심으로 몽골인, 티베트인, 위구르인 등 다수의 민족이 연합한 다민족국가였다. 어떻게 하면 이를 중국의 역사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20세기 초 신해혁명을 일으켜 청나라를 멸망시킨 쑨원 등 당대 혁명가와 지식인들은 고민 끝에 한 가지 방안을 냈다. 역사를 자르고 붙여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것이었다.이들은 중국 대륙이 여러 이민족의 침략을 받았지만 결국 한족 문화의 우월성에 동화됐다고 꾸며냈다. 한족이란 개념 자체도 새롭게 만들어 냈다. 학자이자 혁명가였던 장빈린은 기원전 2세기의 역사서 사마천의 <사기>에서 해답을 얻었다. 중국 고대 전설 속 인물인 황제(黃帝) 헌원의 자손들이 한족이라고 정했다. 허술한 기준이지만 상관없었다. 만주족과 구별하기만 하면 됐다. 장빈린과 동료 혁명가들은 “한족이 가장 중요하며 만주족이 설 자리는 없다”고 주장했다.대만의 역사를 다룬 부분도 흥미롭다. 청나라는 1895년 시모노세키 조약에 서명해 대만과 인근 해역의 펑후 제도를 일본에 영구적으로 넘겼다. 대만 본토인들은 굴복하지 않았다. 조약 서명 한 달 후 ‘타이완 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독립을 선언하고 일본에 저항했다. 일본군이 대만의 모든 도시를 점령하는 데 5개월, 반역자들의 흔적을 완전히 없애기까지 5년이 더 걸렸다.이 기간 청은 저항 세력을 모른 척했다. 사실 이전부터 대만은 중국에 중요하지 않은 땅이었다. 야만스러운 원주민이 사는 곳이라 여겼다. 치명적인 질병으로 멀리해야 할 곳이었다. 이는 쑨원의 국민당도, 중국 공산당도 마찬가지였다. 공산당은 중국인과 대만인을 구분하며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기까지 했다.저자는 이런 역사를 돌아보며 시진핑의 ‘중국몽’이 가져올 파국을 우려한다. 현재 중국은 100년 전 민족주의 지식인들이 꾸며낸 역사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5000년 동안 세상을 호령하던 ‘한족 국가’ 중국이 아편전쟁 등 외세의 침략을 받아 고난을 겪었고, 이제 다시 중국이 위대한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는 시각이다.남중국해, 대만, 티베트, 신장, 홍콩에서의 갈등이 모두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저자는 “유럽에서 국가를 민족이라는 틀에 맞추려는 시도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며 “전 세계를 파멸시킬 뻔했던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처방”이라고 지적한다.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추석 명절과 연휴를 앞두고 인기 만화 시리즈 신간들이 주목받았다. 260만 유튜버 흔한남매의 일상을 담은 어린이 만화 <흔한남매 14>가 종합 베스트셀러 6위에 올랐다. 일본의 액션 판타지 만화 <원피스 ONE PIECE 106>은 종합 10위를 기록했다.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 4주 연속 1위를 지켰다. 공간 디자이너의 인테리어 노하우를 담은 <일생에 한 번 내 집을 고친다면>이 4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의 에세이 <오늘도 나아가는 중입니다>는 5위에 올랐다.안시욱 기자
역사상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장 부자였던 국가는 어디일까. 로마제국과 스페인, 중국, 미국도 아니다. 정답은 인도. 서기 1년부터 2010년까지 2000여 년간 세계 국내총생산(GDP)을 국가·지역별로 세계 최초로 환산 분석한 앵거스 매디슨의 통계분석 결과다. 인도는 기원후부터 16세기까지 최소 1500여 년간 세계 부(富)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오늘날 미국 경제가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남짓인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비중이다.<인도의 시대>는 ‘다시’ 인도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선언하는 책이다. 인구 1위, 평균연령 28세, 군사력 세계 4위…. 빠르게 강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에 대해 한국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책은 경제 정치 외교 우주과학 사회 문화 측면에서 21세기와 이후 세계를 이끌 나라로 인도의 현황과 잠재력을 고찰한다. 한·인도 수교 50주년을 맞은 이 시점에 읽어볼 만한 책이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의 최근 디지털 전환 정책에서부터 인도공과대학(IIT)의 국제적 위상, 인도의 스타트업과 인도에 진출해 성공한 한국 기업, 카스트 문화, 성 불평등 명과 암을 가리지 않고 인도의 전반을 살핀다.저자는 오화석 배재대 주시경교양대학 글로벌교육부 교수이자 인도경제연구소장. 신문기자 출신으로 인도 네루대 JNU 객원교수를 지냈다.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