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삭감 긴급간담회…"3년 후 지원받는 기초연구자 절반으로"
"R&D 삭감에 젊은 기초과학자 신규 과제 사라져"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신진 연구자의 연구 주기 사다리 역할을 하는 사업들의 내년도 신규 과제가 사라지며 기초연구 생태계가 위축될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천승현 세종대 교수(기초연구연합회 부회장)는 21일 기초연구연합회 주관으로 국회에서 열린 '기초과학연구 예산 삭감 관련 긴급간담회'에서 이런 내년도 기초연구사업 예산안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에 따르면 현재 기초연구사업 중 신진연구자와 비전임 교원을 지원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생애 기본 연구(기본 연구·생애 첫 연구)와 교육부의 학문 균형 발전지원사업은 내년 신규 과제를 받지 않는다.

현재는 연구자를 전 주기적으로 지원하는 다양한 규모 사업이 촘촘히 구성돼 있지만, 이번에 7천만원 이내 규모 과제가 사라지면서 연구생태계가 무너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R&D 삭감에 젊은 기초과학자 신규 과제 사라져"
천 교수는 "신규 과제가 내년에 없어지고 그 후로도 없어지면 연구 다양성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교육부 사업의 경우, 박사 학위를 막 딴 사람을 지원하는 사업이 사라지는 것이어서 미래 역량을 상실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과제 수 감소가 이어지면 3년 후에는 연구지원을 받는 기초연구자 수는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고 그는 분석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계속 과제도 이번 정부에서 올해 처음 만든 한 우물 파기 기초연구사업을 제외하면 모두 10~40% 감액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그는 강조했다.

천 교수는 "교수들 사이에서는 재료비를 줘야 하는지, 학생을 내보내야 하는지 의견이 오가고 있다"며 "학생과 박사후연구원도 내년이 어떻게 될지 불안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과기정통부가 비효율이라는 군살을 덜어내는 과정이라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군살은 빼더라도 핵심 근육은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연구자들은 최근 정부가 강조하는 국제협력도 강제로 진행하면 비효율을 부른다고 우려했다.

오경수 중앙대 교수는 기초연구 대표적 집단연구사업인 선도연구센터가 예산은 삭감하면서도 모든 선도연구센터 앞에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붙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새 임무를 가중하면서도 연구비는 삭감됐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이미 한국의 국제협력은 최상위권이고 지금은 국제적 수준 연구를 할 수 있게끔 고도화된 연구 시스템에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며 "모든 기초예산에 국제화로 접근하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영 서울대 교수는 기초연구사업의 R&D 비중이 전체의 8.2%임에도 논문의 43.7%를 내고 있고 최상위권 논문의 80%를 점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초연구사업은 논문 게재 수 및 우수논문 성과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오히려 성과적으로 효율적인 사업"이라며 "국회에서는 기초연구비 안정적 확보를 위한 법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초연구연합회는 기초과학학회 및 협의회 연합체로 2017년 설립됐다.

지난 19일에는 '기초연구사업 예산 삭감 철회를 위한 성명서'를 내고 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