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이 쓴 '보고, 쉬고, 간직하다'
33년 내공의 '박물관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쉬다 가세요"
국어사전에서 '박물관'을 찾아보면 고고학적 자료, 역사적 유물, 예술품, 그 밖의 학술 자료를 수집ㆍ보존ㆍ진열하고 전시하는 시설이라 돼 있다.

누군가는 유리 진열대 너머로 다양한 유물로 가득 찬 공간을 떠올릴 테다.

33년간 매일 박물관에 출근해 구석구석을 돌아본 이에게는 어떨까.

국립중앙박물관의 홍보전문경력관 이현주 씨가 최근 낸 '보고, 쉬고, 간직하다'(아트레이크)는 박물관 곳곳에 숨은 매력을 들려주는 이야기다.

최근 2년간 한 일간지에 연재한 칼럼을 묶었다.

책은 직원 모두가 인정하는 '마당발'인 그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공간, 박물관에서 특별히 자랑하고 싶은 것들, 관람객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일 등을 담았다.

국보 '개성 경천사지 십층석탑'을 비추는 조명이 꺼지는 순간부터 계묘년(癸卯年·검은 토끼의 해)을 맞아 전시실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유물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다.

33년 내공의 '박물관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쉬다 가세요"
박물관을 가장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저자의 시선도 주목할 만하다.

석조물 정원과 거울 못 등 박물관 곳곳의 사진을 찍어 국립박물관의 소식지인 '박물관신문'에 소개했던 그는 과거 사진 에세이를 낸 적도 있다.

어느 날 산책길에 만난 붉은빛의 배롱나무, 상설전시관 왼쪽 끝과 보신각종 사이에 줄지어 선 감나무, 가을이면 환하게 노란 꽃을 피우는 감국 등을 글과 사진으로 풀어낸다.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안내 로봇 '큐아이' 설명, 디지털 기술로 문화유산을 관리하고 보존할 수 있는 센터 설립 계획 등도 수록돼 있어 박물관 홍보 담당 본연의 업무도 놓치지 않았다.

자신을 '박물관 사람'으로 소개하는 그는 박물관에서 무언가를 보지 않아도 좋다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박물관은 '누구나 올 수 있는, 목적을 가지고 오지 않아도 되는 우리 모두의 공간'이다.

"그러니까 쉬다 가시라. 전시 관람하는 곳 말고 쉬는 곳으로도 맘껏 사용하시라."
260쪽.
33년 내공의 '박물관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쉬다 가세요"
/연합뉴스